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팅베터 Sep 08. 2020

우리 부부의 이사와 중년부부의 요구사항

새로 시작할 이 떨림

 직장 바꾸고 지금 사는 도시로 옮겨 오면서 현재까지 이 도시에 9년째 살고 있다. 그동안 2번의 이사를 하였고, 지금 사는 이곳에 정착한 지 5년째 살고 있다. 하지만 이사 계획은 3년 전부터 세우고 있었다. 그저 말 그대로 계획이었다. 한참 집값이 오르기 시작할 때  시세 차익을 남기고 팔고 싶었지만, 이사 가야 될 곳 또한 심하게 가격이 올라있었다. 파이가 적은 우리 집보다 파이가 큰 이사 가고 싶은 곳에서의 가격차이가 심해 이사는 가고 싶었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이사 계획은 세웠지만,  현재 사는 곳이 생활의 불편함을 못 느낄 만큼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곳이라 생활하기엔 좋았다.  그래서 이사 갈 생각이 반반으로 몇 년 흘러 왔던 것 같다.


 지금 사는 여기에 온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5년 정도 살다 보니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아쉬운 게 많았다. 젊은 층의 인구보다는 노년층의 인구가 많아 시간이 갈수록 활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필자가 이동하는 그 시간대에만 그런 줄 알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서 이동하는 인구의 연령대가 많이 높다는 걸 알았다. 나이가 많다고 활력이 떨어지고, 나이가 어리다고 활력이 넘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기간을 이곳에서 살면서 선입관을 안 가진 다고는 하였지만 나도 모르게 나 자신조차도 활력이 조금씩 떨어져 버린 걸 느꼈다.


직장을 다니기 전에는 이사 한번 없이 주택에서 쭉 살았었다. 이사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도시로 직장을 옮겨오면서 정착보다는 옮겨 다니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주거의 문제도 있었지만, 부동산 가치에 대한 문제로 옮기고 있는 것 같다. 새로 갈 곳은 유동인구도 많고 젊은 인구가 많이 사는 동네이다. 단지 이 이유 하나만으로 살 곳을 정한 건 아니다. 새로운 커뮤니티와 조금 느슨했던 나 자신을 추스른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곳이다.


1년째 집을 팔리려고 부동산 중개소에 올렸었다. 그렇게 산다는 사람의 연락이 없던 차에 어느 중년부부가 처음 집을 보러 온날 계약을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안 팔리던 집에 이렇게 빨리 팔릴 줄은 몰랐었다. 가격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당장 파는 게 중요하기에 결정하였다. 그 중년부부는 우리 집의 이것저것 많은 것을 놔두고 가면 안되냐고 요청을 하였다. 겉으로 봐선 이사할 곳에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지만, 집 구조와 가구 배치상의 문제로 놔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팔고 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딱하다 하여 놔두고 간다고 말해주었다. 중년이지만 해맑게 웃어주는 부부를 보니, 평소 선행을 베풀지 않은 우리 부부가 큰 선행이라도 베풀었던 것처럼 우리를 대해주니 기분은 좋았다. 어느 부동산에 가서 이런 글귀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파는 사람은 손해보고 팔고, 사는 사람은 돈을 깎지 않으면 집을 팔고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우리가 받아야 될 돈을 생각하니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돈이라는 문제로 우리 부부의 결정을 너무 쉽게 단절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어느 정도는 포기하였다. "베푼 만큼 받는다." 고 하였듯이, 우리 부부는 토요일 집을 팔고, 이틀 후 월요일에 집을 샀다. 우리 부부가 내준 금액보다 더 크게 내리고, 집값도 시세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하였다. 우리 부부가 1년째 고집하던 집값을 고집하였다면, 당연히 집이 안 팔렸을 것이고, 그러면 조금 싸게 나온 집도 계약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필자는 이것을 사고파는 타이밍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아, 잘 팔고 잘 사는 게 재테크지"라고.  잠시 후 다른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금 손해 본다고 생각해도 계약을 성사시키고, 중년부부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해주니까, 우리 부부에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순조롭게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인생에 변수 없는 인생은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이번 주말 새로 이사 갈 집에 필요한 부분은 이제부터 확인하고 어떻게 진행할 건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사에 관한 한 모든 짐이 새로운 집에 도착하고 청소가 다 끝나고 나서 소파에  앉아야 마음이 놓이겠지만, 지금부터 진행될 이사 관련 일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다. 다만 필자는 항상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낙천주의자는 아니지만 나쁜 생각은 나쁜 결과를 만드는데 기여하기에 , 좋은 것만 생각한다. 어느 책에서 그랬듯이, 긍정어를 부정하는 것은 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반면, 부정어로 부정적인 말을 하면 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였다. 앞으로 새로 시작할 이 떨림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으며 이사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적어 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