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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Apr 09. 2022

애플 워치와 서평 활동

서평단 활동을 하게 된 계기

애플빠는 아니지만 내 주변을 돌아보니 애플 제품이 많이 보이다. 아이패드, 에어 팟, 애플 워치, 아이폰 등..

특정 제품에 선호도가 있기도 하지만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3년 전 운동 목적으로 애플 워치를 구입하였다. 맨몸 운동, 수영, 사이클, 등산 등을 할 때 활용을 많이 했었다. 가격을 떠나 전자기기 중에서 만족도가 최고로 높은 제품이었다. 그래서 충전할 때를 제외하곤 항상 내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 전날, 욕실에서 애플 워치를 떨어뜨렸는데... 하필 액정 부분이 욕실 타일과 완전히 일치하게 부딪혔다. 놀란 마음에 애플 워치를 손에 들었지만... 그때는 이미 애플 워치의 액정이 깨진 후였다.

아내에게 애플 워치를 보여주면서 깨졌다고 했다.

아내가 말했다..

“일부러 깬 거 아니야?"


하필 그때가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로운 애플 워치를 사고 싶다고 생각했나 보다.

내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자. 정말로 그런 생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 그냥 새로운 애플 워치 하나 사주라고 하였다.

얼떨결에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버린 애플 워치 7은 나에게 빚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새로운 애플 워치를 사야 하는 미안함에 아내에게 말했다.

"1년 동안 책을 사지 않겠다."


사실 몇 개월만 책을 안 사도 애플 워치 7 값을 충분히 감당한다. 그런데 1년이라고 말해버렸다.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내가 살던 곳과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책도 빌려보곤 했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안 사도 도서관에 가면 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이사 온 곳은 걸어가기엔 먼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서 도서관 이용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 책을 안 사고 유일하게 할 수 독서활동은 밀리의 서재 1년 구독 말고는 없었다. 평상시에 밀리의 서재 구독, 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기, 직접 구매로 독서활동을 하는 나로서는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의 밀리의 서재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되어버렸다. 종이책의 책 넘김의 맛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장소와 시간, 책의 종류에 따라 종이책, 전자책을 골라서 보는 나로서는 독서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용돈으로도 책을 살 수 있지만 1년 동안 책을 사지 않겠다고 한 이상 용돈으로 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협찬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평단, 출판사 서포터즈를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엔 몇 군데 출판사에서만 했었는데, 계속하다가 보니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났다. 그런 활동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순전히 책을 안 사고 신간을 볼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이었기 때문에 선택하였다. 책을 읽는 것 자체에 욕심을 가졌다. 서평 활동을 SNS에 올릴 목적으로 양을 늘려간 것은 아니었다. 신간을 사지 않고 집에서 받아 보는 대신 정해진 날짜에 맞추어 서평을 써야 하는 의무는 있다. 그러나 4년 동안 독서노트를 작성하고 있는 나로서는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작년까지는 노트에 수기로 작성하던 독서노트를 이제는 SNS상에 하는 것이 차이일 뿐이다.


그렇게 애플 워치를 계기로 서평단,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하였고, 벌써 4개월 차에 접어든다. 고정 서포터즈 2개, 출판사 서평단은 수없이 많이 한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서평 할 책이 늘어나서 3월에 받은 책이 25권이 되었다. 책을 읽는 것에 욕심이 있어서 양을 늘렸는데 이제는 조금씩 조절해야겠다. 서평 활동이 나의 독서계획과는 그렇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1월 1일이면 해오던 일이 있다. 나의 독서노트 첫 장에 이렇게 적는다.

-20** 년 독서 목표 :*** 권 이상

-독서 관심 분야 : ***

-읽어야 할 책 리스트 : ***


그런데 서평단 또는 서포터즈에서 제공해주는 책은 나의 독서 계획과 일치하지 않기에 번외 작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각각 연결고리가 없는 책을 이어 붙여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다. 혼자 책을 읽을 때는 나만의 흐름에 따라 책을 연결해서 읽는 것을 좋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읽기를 하였다. 하지만 제공해주는 책들은 각각 다양하기에 그런 연결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혼자 계획을 세워 읽을 때보다는 더 다양하게 읽는 장점은 있다. 그리고 읽는 것보다 읽어 줘야 하는 책들도 물론 있다.

이런 장점, 단점을 떠나서 이제는 애플 워치 7의 가격보다 받은 책값이 더 많다. 명목상 애플 워치와 서평 활동의 연결고리가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유효하지만 애플 워치 때문에 미안했던 마음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책을 팔아서 애플 워치를 산건 아닌지만 그 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기에 나의 미안함은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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