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잃은 자리

by 사잇결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아직 단잠에 빠져 있던 시간이라 더 크게 들렸다.


“***님 아들입니까?”

낯선 남자의 목소리.
남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맞습니다.”

“여기 **병원 응급센터입니다. ***님이 교통사고로 이송되셨습니다. 심정지가 두 번 왔습니다. 지금 오실 수 있습니까?”

남편은 씻지도 못한 채 집을 나섰다.


시아버지는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셨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고도 다시 자전거에 오르던 분.
늘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시던 분이었다.


집 안은 갑자기 낯설어졌다.
누워도, 앉아도 몸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나는 뒤늦게 옷을 챙겨 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센터 복도는 조용했다.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문 너머에서 분주한 소리만 이어졌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남편의 눈물을 보았다.

누나 둘 아래 외아들인 그는 늘 묵묵했다.

책임은 말없이 떠안았고, 감정은 쉽게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를 잃은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전날 치킨을 사주시던 할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재가 되었다.

바다 위로 유골이 흩어지던 날, 아이들은 소리 내어 울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아버지를, 할아버지를 보내드렸다.


아버지를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함께한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는 것을.
늘 있을 것처럼 여겼던 시간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매주 드리던 가정예배를 그 주에도 드렸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은 훌쩍 커버린 큰아이와의 스킨십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색하고 어찌할 바 모르는 몸짓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남편에게도 아버지의 자리가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나는 일부러 서먹해진 큰아이와 남편을 나란히 앉혔다.

“옆 사람과 인사하세요.”라는 말이 끝나자

남편이 먼저 아들을 안아주었다.

아들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해한다.
그래도 입가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예배가 끝난 뒤에도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오늘도 점심, 나는 여전히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밥은 먹었어?”

"응"

나는 남편의 목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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