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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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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낙 Feb 05. 2024

아이가 처음으로 학원에 가던 날

태권도

나는 워킹맘이지만 학원은 최대한 늦게 보내고 싶었다.

비교적 퇴근이 빠른 직장이고 친정의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으리라.


운동도 학원에서 선생님 주도하에 하는 게 아니라 놀이터를 자유롭게 뛰놀며 친구들과 놀게 하고 싶었고, 학습에 관한 것이라면, 내가 봐줄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봐주다가 학원에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가면 빠른 하교시간 때문에 어차피 지겹게 학원 뺑뺑이를 시작할 테니, 미루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리고 공부든 놀이든 운동이든 선생님이 정해준 방법과 틀 안에서만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6살이 되어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몇 달 후부터

" 00가 축구학원에 다녀. 나도 다니고 싶어. 피아노학원도 다니고 싶어.

태권도 학원도 다니고 싶어."


하며 학원 타령을 간간히 하기 시작했다. 얘가 학원이 뭔 줄 알고 그러겠나. 아이를 다독여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조금씩 가르쳤다.



겨울이  되니 추워서 아이가 놀이터에서 뛰어놀 날이 얼마 없고 운동을 해야 할 텐데... 하던 차에 유치원 절친이 태권도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권도 정도는 좀 미리 보내볼까.. 언제부터가 좋을까 하던 차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당장 다니고 싶다고 한다.


다다음날 체험 수업을 가기로 했는데 아이는 너무 설레서 계속 태권도 가는 날이 언제인지를 묻고 또 묻고

집안에서 발차기 날라차기 기합 넣기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좋을까. 나도 내심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첫 수업을 가는 날


아이는 부끄럽지만 친구가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친구 없으면 아마 간다고 안 했을 것이다.



태권도장에 도착하자 병아리 같은 40명가량의 유치원생들이 각이 딱 잡혀 줄을 반듯하게 서있다. 놀이터에서 안 보이던 또래아이들이 다 학원에 와 있었구나... 싶었다. 아이도 곧 합류해 준비활동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수업이 마치자 사범님이 활동사진과 영상 찍은 것을 보여주셨다. 아이가 각이 딱 잡혀서 꽤나 정확한 자세로 기본동작을 하고 있다.


나의 꼬맹이가

"나는 할 수 있다!!!!" 를 외치며

격파에 성공하는 영상까지!!!

헐레벌레 장꾸(장난꾸러기)인 우리 아이의 새로운 모습에 나는 감격했다.


아이도 매우 만족하여 당장 결제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는 사범님이 주신 하얀 띠를 너무나 좋아하며 자기도 아제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며 감격하는 소리를 한다.


그리고 자기는 태권도를 더 배우 싶은데 피구를 해서 그건 재미가 없었다는 소리까지.


엄마 나 9살 돼도 태권도 다녀도 되지?


우리 아들 이러다 태권도 선수 되는 거 아닐까?


사범님과 약속한 신발정리까지 마치고 뿌듯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무튼 결론은 우리나라 태권도학원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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