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가르드는 내 고향이 아니었어. 앞으로도 아닐 거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다 괜찮을 거야. 하얀 모래사장이 있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곳일 거야. 잡아먹힐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는.”
미키3이 나샤와 하룻밤을 보내고 나눈 이 대사는, 어쩌면 우리 인류가 인공지능과 맺게 될 '첫 정신적 관계 맺음'의 서곡일지도 모른다. <미키7> 속 세계처럼, 인공지능과의 공존은 이제 단순히 '편리함'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섰다. 그 존재는 우리 '인간'이라는 이름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인간의 본성은 또 어떤 모양일까?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들면서,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던 본질적인 가치들, 관계의 의미까지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 AI의 시대에, 우리 자신을 향한 존재론적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겼던 창의성, 감성, 지성마저 AI가 얼마나 똑똑하게 모방하고 심지어 뛰어넘으려 하는지 우리는 감탄을 넘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AI 그림, AI 음악, AI 작문… 이젠 예술도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다. 필자 또한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 ‘수노(Suno)’를 통해 직접 작사 작곡을 해보았다.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듯한 멜로디였지만 꽤 잘 만들어진 음악이어서 나의 AI 시와 함께 서귀포시 공직자 AI 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최근 감성 대화형 AI가 늘면서, 외로움을 푸는 상대로 여기는 사람들마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인공지능과의 관계가 단순히 기능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인 연결로 확자오딜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공감이나 교감은 AI와의 소통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특별하다고 믿었던 사고력, 판단력 같은 것들을 AI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해낸다면, 인간의 본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AI에게 직업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넘어, 빈 껍데기만 남아 새로운 삶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이용의 대상을 넘어 우리의 '공존'이자 '동반자'의 형태로 진화하며 사회적, 심리적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이미 초·중·고등학교에서는 AI를 학습하고 가르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고, AI와 함께 자란 신세대에게는 어떤 새로운 관계 양상이 나타날지 자못 두려워지기도 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말벗을 넘어 우리의 선생님이자 때로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조언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AI 친구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인간관계의 단절을 심화시키고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냉정한 지적 또한 존재한다. 편리함과 의존성 사이에서 인간의 유대는 희미해지는 것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우리는 고독사 위험군에 놓인 이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AI를 만들어내, 단절된 친구나 가족들이 다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이는 고독사를 막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관계 회복'이 AI를 통해 시도되는 경이로운 모습일 수도 있다. 단절된 친구나 가족이 AI 통해 다시 소통하는 모습은 AI가 단순 편의를 넘어서 인간의 깊은 정신적 교류에 개입하는 서곡이 될 수 있다고 보여준다. AII는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 정보를 전달하며, 최소한의 소통 창구가 되어 읍면동사무소 복지팀 직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AI는 윤택한 삶을 돕고 새로운 관계의 형태를 창출하며, 특히 교육과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AI의 탁월한 학습 능력은 언어 학습 등 개인 맞춤형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여! AI가 있기에 더욱 빛나는 그대만의 본성을 기억하라. AI는 감정을 흉내 내고 효율적으로 사고하지만 인간이 인간이기에 맺을 수 있는 정신적 관계와 거기서 파생되는 진정한 감정은 결코 모방될 수 없다. AI는 결국 도구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주체다.
<미키7>이 '죽어도 다시 복제되는' 인간을 통해 생명의 유한성과 유일함에 질문을 던지듯, AI는 '죽지 않는' 존재로서 생명의 경계를 지워버린다. AI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고, 필자 또한 몇 번이고 '이 AI는 정말 사람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는 AI와 달리, 인간은 유한하기에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궁극의 감정, 즉 고통, 상실감, 두려움, 그리고 사랑과 같은 감정은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영역이다. 우리의 유한한 생명은 AI의 효율성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죽음을 알기에 삶을 더 깊이 사랑한다.
시대는 변했고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AI가 우리의 삶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이라는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할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때로는 이기적이며, 고독한 존재다. 하지만 그 나약함과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공감, 그리고 스스로 성찰하는 능력이야말로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빛이다. 어쩌면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간으로서 가진 진짜 가치를 재발견할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인간지능과의 공존은 단순히 기술적 발전을 넘어 인류가 새로운 존재와 정신적 관계 맺기 시작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간다움도 지켜내고 또 새롭게 정의하며 AI와 ‘관계 맺음’이 어떤 미래를 열어갈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