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달리기ㅡ희망은 사라지고

웃픈 이야기

by 파란진실


드넓은 초원들을 내달리는 말들이 있다. 제주 경마장 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방이 탁 트인 초원,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말들의 모습은 인간이 만든 자동차나 비행기와는 다른 원초적 울림과 감동을 준다. 인간과 말이 혼연일체가 되어 달리는 모습이 압권이다. 중국 북서부 신자 위구르 자치구에서 수백 아니, 수천의 이리마들이 40~50km의 속도로 대형을 유지하며 질주하는 모습은 실로 압도적이다. 그 역동적인 광경을 보노라면 문득 아침 9시 고객들을 맞이하는 사무실이 생각난다. 휴일인 오늘마저 그들의 대열에 합류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 질주하는 말들 사이사이 지인의 얼굴이 스친다.

유튜브를 끄고 다시 현실이다. 다시 지쳐간다. 친구가 카페에 가고 싶어 한다 카페 블루보틀. 한여름 우리 같은 뚜벅이들에게는 다소 무리이다. 표선면 근처라서 시외버스 221번을 타야 한다. 집에서 한 번에 가는 것도 없어서 갈아타야 한다.


일찍 서둘러야 한다. 약속장소는 집 근처 놀이터, 간단히 운동을 하며 기다렸다. 하늘 걷기란 운동기구를 사용해서 다리를 올렸다 내려놨다 반복적으로 했다. 허벅지 운동이 되는 것 같다. 친구가 놀이터로 들어섰고 351 버스를 타고 봉개로 간다.


"어젯밤에 똥꿈을 꾸었어. 식빵 같은 똥을 2.5개 쌌어"

"똥꿈? 복권 사야 되는 거 아니?"


대기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복권 살 곳을 물색했다. 처음부터 복권명당에서 살 생각은 아니었다. 세 번째 들어선 마트에서 복권명당 위치를 들었다.

"고고"


즉석복권을 살까 잠시 주저하다가 식빵 같은 똥이 2.5개라 25000원어치 로또 복권을 샀다. 친구는 늘 하던 대로 10000원어치 샀다.


봉개 버스 정류장은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 비슷한 것도 없다. 그래도 한여름이라 큰 나무 밑에 옹기종기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있다. 그나마 거기가 시원했다.


버스를 타고 카페 블루보틀로 향했다. 버스 안은 시원했다. 내려서 숲길을 거쳐 블루보틀에 가서 아이스크림 라테를 시켰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듯한 시원한 맛이었다. 비싼 칼로리폭탄이었지만 맛은 고급이었다. 비싼 우유로 만든 듯했다. 달고 부드러운 고급스러움을 입안에 덜어내고는 빨대로 남은 커피맛을 음미했다.


저녁에는 복권 당첨 전 즐거운 상상을 위해 1시간 반 전에 만났다. 여름밤 치맥을 내가 샀다. 친구는 그랜저를 원했고 난 대출빚 갚기 위한 현금을 원했다.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드디어 8시 35분 mbc 당첨시간이 되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옆사람에게 들릴 듯했다.


"..."


5등 5000원짜리 하나 당첨되었다. 친구는 꽝이었다.


순식간에 친구와 나는 말이 없어지고 우리의 즐거운 상상은 어딘가로 날아갔다.


" 요행을 바라지 마라"


어머니 말씀이 생각났지만 역시 즐겁지 않았다. 치맥 이야기를 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따금 블루보틀 갈 것을, 아이스크림 라테를 먹을 것을 그리고 갈아탈 때 봉개 복권명당에서 복권을 살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복권은 희망회로 돌리기이며 우리는 충분히 사용했음을 기억했다.


집에 와서 보니 어머니께서 파크골프 월례대회 1등 상과 홀인원상을 탔다는 연락이 왔다. 내 똥꿈은 엄마의 상 꿈이었나 보다. 올해 한여름밤은 이렇게 엄마의 막걸리와 돼지바로 끝났다. 친구와 약속을 기억하며 우리의 여름도 치맥과 함께 끝나가고 있다. 무더위만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 곁에 있다. 다음에는 부디 멋진 꿈을 꾸리라.

작가의 이전글7. 어머니는 유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