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딱 똑 딱 똑 딱’
고요한 새벽 3시, 시간이 흘러간다. 다들 낮 동안의 전쟁 같은 삶을 치른 뒤라 그런지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제 어머니는 불교 해설사 동기분들과 가파도를 다녀오셨다. 어머니는 유튜버답게 사진도 많이 찍어 오셨고, 저녁에는 나와 함께 핸드폰을 뒤적이며 그 사진에 어울리는 경쾌한 음악과 제목을 같이 지었다. 내가 지어드린 가파도 유튜브의 제목은 ‘청보리와 무꽃의 가파도’였다. 사진도 유채꽃은 예쁘지만 이미지가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 청보리와 무꽃이 담긴 들판 사진으로 골랐다.
어머니께서는 이내 만족하시고는 방으로 들어가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주무시고 계신다.
웃음이 난다. 아무리 산책 겸 하는 여행일지라도 분명 고단하실 것이다.
어제 수필 모임에 가서 독실한 불교 신자 J 언니를 만났다. 그녀는 인생 선배로서 손색이 없다. 열정적인 일 처리는 물론 수필이나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까지 나눌 수 있어 좋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 믿음이 크지 못해 감정선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젊었을 때 연애결혼을 꿈꿨지만 눈이 높아 뜻대로 되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 때문일까, 때로는 종교적인 믿음마저 흔들린다. 심지가 굳지 못한 탓이리라. 이러한 불안정한 내 마음 한편에는 짊어져야 할 현실의 무게가 늘 존재한다.
불교 유튜버 소리공양은 인터넷 세상 속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구독자가 490여 명인데, 500명이 되면 밥을 거나하게 쏘시겠다고 한다. 그 말씀을 들으면 웃음이 난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내가 투자 사기로 대출을 사용해 버려, 현재 생활비 일부를 어머니께서 부담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돈이 생길 때마다 드리고는 있지만 늘 부족한 형편이다.
유튜브 제작을 도와드리는 분이 계신데, 한 번에 몇십만 원씩 지갑에서 나갈 때마다 심장이 쿵쿵거린다. 어머니는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계시지만, 법화경 경전을 컴퓨터로 일일이 치고 오타 수정까지 몇 번이나 봐 드린 나임에도 그 쿵쾅거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어머니, 그거 꼭 해야 해요?”
나는 작정하고 최대한 가볍게 물었다. 어머니의 답변은 간결했다. 늙어서 차가 없으면 슬픈 것처럼, 유튜브도 업로딩을 하지 않으면 슬프다는 것이었다.
어제 삼양다목적회관에서 소규모지만 디카시 전시회가 열렸다. 잘 찍힌 사진과 몇 마디 글이 예쁘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다름 아닌 삶의 소중한 순간순간들이었다.
어머니는 이미 할머니 나이가 되어 남은 삶의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그러신 지 욕심도 많으시고 성취감도 남다르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은 언제고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언젠가 남겨진 그 유튜브 채널을 넘기며 추억을 곱씹을 나, 그리고 동생들을 생각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고자 한다. 나에게 일상의 하루는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