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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Jul 10. 2024

폼페이와 소렌토 자유여행

50대 4남매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나폴리에서 여행 둘째 날, 우리는 폼페이와 소렌토를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폼페이는 막냇동생이 꼭 가 보고 싶어 하는 유적지였고 소렌토는 폼페이에서 기차로 30분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서 함께 가 보기로 했다.

나폴리 가리발디역

나폴리에서 폼페이에 가려면 가리발디역에서 사철(circumvesuviana)을 타야 한다. 기차는 예약이 필요 없는 대신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플랫폼에는 아침부터 폼페이 유적지에 가려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앉아 가는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 그나마 30분 거리니 다행이었다.


영화의 소재로도 쓰였던 폼페이는 이천여 년 전에 멸망한 도시이다. 서기 79년 8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로마 귀족들의 별장이 들어선 피서, 피한지로 유명했던 폼페이는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이천 여 명이 사망했다. 베수비오 화산의 용암과 화산재와 유독가스가 분출되어  폼페이는 2~3m 두께의 화산재와 화산암에 파묻혀 잊혀진 도시가 되었다.

땅 속에 파묻혀 있던 도시가 1748년부터 발굴되기 시작해 지금은 옛 시가지의 절반 정도가 발굴되었단다. 고대 로마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역사적 가치가 인정된 폼페이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렇게 알려진 폼페이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 넓은 폐허의 땅에 관광객이 차고 넘쳤다. 입구인 마리나 문에 들어서자 양쪽으로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가 있고 돌로 만든 길이 있었는데 마가 다니던 길과 인도를 구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은 그만큼 사람의 왕래와 물자의 교류가 빈번했던 대도시라는 추측다.

포로 로마노가 한 동네의 폐허라면 폼페이는 한 도시의 폐허이기에 유적지의 규모도 훨씬 크고 넓었다. 더구나 폼페이는 화산 폭발이라는 비극적 사건으로 종지부를 맞이한 도시라선 지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기둥들, 무너진 돌담에 핀 봄꽃들이 더 애잔해 보였다. 오래 전의 비극과 지금, 생명력 넘치는 초록빛 봄풀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였을까.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바실리카와 아폴로 신전, 주피터 신전 등을 둘러보고 여동생과 나는 그늘에 앉아 다리 쉼을 했다. 폼페이는 너무 넓어서 우리 나름대로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남동생들은 아들들에게 보여줄 영상을 찍거나 보고 싶은 유물을 찾아 돌아다니고 우리는 중앙광장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폼페이 유적지

중앙광장인 포럼은 당시 폼페이의 번화가이자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인데 지금은 잘린 기둥과 무너진 건물의 흔적들이 옛 시절의 영광을 알려줄 뿐이었다.


그 넓은 광장에 깃발을 앞세운 단체여행객들이 끝도 없이 나타나는데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꽤 많이 보였다.


폼페이 유적지를 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소렌토로 향했다.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 속 집 마당에는 오렌지 나무와 레몬 나무가 주황빛으로 노란빛으로 싱그러웠다. 여기가 남부이탈리아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면서 기차 탄 지 30분 만에 소렌토에 도착했다.

소렌토

소렌토는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이탈리아 칸초네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도시다. 노래로 학창 시절이 소환되어서일까, 왠지 소렌토는 추억이 서려 있는 도시 같다.

소렌토

소렌토는 차역에서 중심가까지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도시였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소렌토는 바다가 보이는 절벽 위에 만들어진 멋진 도시였다. 


오렌지나무 가로수로 심고 가게마다 레몬으로 만든 상품들이 노랗게 진열되어 있었다. 레몬 사탕, 레몬 비누, 레몬 술, 레몬이 그려진 티셔츠식탁보, 레몬 음료 등등. 

소렌토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답게 골목길은 아기자기하고 가로등 디자인은 감각 있고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물건은 다양했다. 가족들 선물용으로 우리는 레몬 사탕을 다.


절벽이 보이는 마을 끝까지 산책 삼아 거닐었는데 소렌토는 관광의 도시답게 여행자와 가게, 카페와 식당들로 복작복거렸다. 

이탈리아 소렌토

해가 지기 전에 숙소가 있는 나폴리행 기차를 타야 했다. 남부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여행책에는 늦은 시간에 소렌토에서 나폴리 가는 기차는 타지 말라는 주의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일 텐데 어제 나폴리에서 조마조마한 경험을 생각하면 자유여행자인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었다.


늦은 오후 시간, 기차는 만석이었다, 기차 안은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섞여 시끌벅적하고 산만하고 정겨웠다.  흡사 옛날 우리나라 완행열차처럼 정거장마다 멈춰 서서 누군가는 내리고 누군가는 기차에 올랐다. 다만 지친 다리로 1시간 넘게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 힘들어서였을까, 앉아 가는 사람들이 좀 부러웠다.

나폴리의 사철

기차에서 내려 가리발디 광장에 올라오니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루에 두 도시를 다녀왔으니 몸은 피곤하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하지만 하나의 기차 노선에 이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폼페이와 현재를 엣지 있게 꾸며놓은 소렌토가 들어있어 한꺼번에 돌아보고 왔으니 그걸로 보상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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