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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Jul 25. 2024

카프리 섬 자유여행

50대 4남매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세 동생들과 자유여행으로 8일째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면서 기차와 버스, 지하철과 트램, 택시까지 이 나라의 대중교통은 다 이용해 본 것 같다.


그런데 아직 배는 타 보지 않아서 배 타고 갈 수 있는 여행지를 꼽아보다가 여행 준비할 때 목록에 넣어 둔 카프리가 떠올랐다. 동생들에게 물었더니 모두 대찬성이어서 나폴리에 머문 지 사흘째 되는 날, 카프리를 향해 출발했다.

카프리는 아름다운 풍광과 때 묻지 않은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할 뿐 아니라 고대 로마제국 황제들의 별장지가 남아있는 유서 깊은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나폴리에서 카프리 섬에 가기 위해서는 베베렐로 항구에서 배를 타야 한다. 우리는 숙소에서 가까운 가리발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무니시피오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역에서 베베렐로 부두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티켓박스에 가 보니 다행히도 금방 출발하는 카프리행 페리 티켓이 있었다.


처음 타 본 페리에 마냥 신우리는 배 안 카페에서 커피도 사 마시면서 페리 여행을 즐겼다. 그런데 나폴리항에서 멀어질수록 바다는 거칠어지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해졌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어떤 이는 뱃멀미를 하고 나이 든 누군가는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환자실로 향했다. 걱정스러운 광경이었다.


나폴리를 떠날 때만 해도 하늘이 맑았는데 먼바다로 나오니 하늘과 바다가 달라져있어 마음이 불안했다. 눈으로 보이는 바다의 거셈과 그 속을 뚫고 달리는 페리의 흔들림이 몸으로 전해져 괜히 배를 탔나, 후회가 되고 두려움도 밀려왔다.

카프리 섬의 마리나 그란데 항구

거친 바다를 1시간 정도 달린 페리는 다행히 카프리 섬에 도착했다. 불안하고 걱정했던 순간 때문인 지 먹구름 낀 하늘과  오는 날씨는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무사히 항구에 도착한 것만도 감사했다.


간간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는 항구 주변을 둘러보고 중심가로 올라가기 위해 푸니쿨라를 탔다. 카프리 섬은 고지대에 마을이 만들어져 있어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야 한다. 사흘 전에 다녀온 오르비에토에서도 푸니쿨라를 타고 초록빛 자연을 즐기며 올랐는데 카프리의 푸니쿨라는 바다가 보이는 풍경 때문일까, 감회가 남달랐다.

오전의 카프리 풍경(2024.4.18)

푸니쿨라에서 내니 움베르토 1세 광장이 보였다. 광장은 중심가답게 사람들로 바글거렸는데 높은 곳에 올라와 바라보는 절벽과 마을과 바다 경치는 날이 흐려도 좋았다.


이제 우리는 발길 닿는 대로 거닐면서 카프리를 탐험하기로 했다. 광장에서 이어진 골목은 상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게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고 멋스러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카프리의 가게들

이탈리아 남부답게 카프리 역시 레몬으로 가게를 장식하기도 하고 마그네틱도 바다빛인 푸른색과 레몬색인 노랑을 위주로 산뜻한 것들이 많았다. 방문하는 도시마다 마그네틱을 사 모으는 나로서는 카프리에서도 마그네틱을 눈여겨보았는데 이곳의 마그네틱은 크고 고급스러워 가격이 비쌌다. 나에게는 다소 과하게 느껴져 카프리의 마그네틱은 눈으로만 즐기고 사진으로 담아왔다.


중심가로부터 바위산이 보이는 곳까지 거닐다가 점심때가 되어 우리는 주변에 보이는 트라토리아에 들어갔다.


음식이 까다롭지 않은 우리는 보통 여행지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카프리의 트라토리아도 피자 맛은 괜찮았는데 음식 가격이 나폴리의 두 배였다. 카프리가 부자들의 휴양지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란 걸 실감한 경험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다행히도 흐렸던 하늘이 조금씩 개고 있다. 다시 광장 쪽으로 가고 있는데 막냇동생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자고 제안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더 좋은 풍광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위로 향해 있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계단을 오르니 중심가의 북적거림이 사라지고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집들이 나지막이 자리 잡고 있다.

타일로 꾸민 마당과 벽, 개성 있는 대문들이 나무와 꽃들 사이사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차도 다닐 수 없는 이 좁고 높은 곳까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어떻게 생활할까, 멋진 풍광을 누리며 사는 대가로 생활의 불편함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골목의 집들을 구경하며 올랐다.


걷다 보니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골목길 끝에 전망대가 나왔다. 앞이 탁 트인 전망대에서 보는 하늘은 어느새 먹구름이 걷혀 청명했고 바다는 다양한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더할 수 없이 맑고 깨끗했다.

멀리 보이는 마을은 바위 절벽 아래 옹기종기 앉아 있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작은 섬들과 푸른 하늘을 인 에메랄드빛 바다는 자연이 만들어놓은 최고의 예술품이었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눈을 가까이 두면 절벽 위에 만들어진 집들이 보이고 눈을 멀리 두면 다양한 코발트 빛 바다와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황홀해졌다.


우연히 발견한 전망대엔 여행자도 많지 않아서 한산할 정도였는데 좋은 자리 선점하려 눈치 보며 경쟁할 필요 없어서 더 좋았다.

카프리의 풍경

잔잔한 파도, 다양한 코발트블루와 에메랄드 블루가 섞인 바다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 좋은 풍경을 혼자가 아니라 동생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햇살은 따사롭고 하늘은 청명하고 바다는 맑게 푸르고 사람들은 여유롭고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웠다.


우리는 내려갈 생각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자연이 만들어낸 천국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눈에 머리에 마음속에 꼭꼭 담아두었다.


이 더운 여름날, 봄에 다녀온 코발트빛 카프리의 바다를 떠올리고 카프리의 바다 사진을 찾아본다. 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시원하고 개운해진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카프리의 풍광이 아름다운 것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오롯이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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