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늘도 혼자였습니다....

50대 가장의 하루

by 이너바스 이실장


요즘은 예전처럼 매일 현장에 나가진 않습니다. 가끔은 하루 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몸은 쉬는데 마음은 한 번도 쉰 적이 없더라고요.

썸네일-브런치.png

이 영상을 끝까지 보시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아~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구나’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2026-02-22 11;51;47.PNG

저는 사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원도 아닙니다.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욕실 인테리어 기술자입니다. 저한테 쉬는 날은 휴일이 아니라 ‘수입이 0원인 날’입니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마음 한쪽에선 계산기가 계속 두드려집니다. ‘이번 달 괜찮겠지…?’ 하고요



2026-02-22 11;53;00.PNG

비가 와도,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도 몸이 좀 아파도 일이 잡히면 그냥 나갑니다.

현장에서 변기를 들고, 세면대를 나르고, 철거한 폐기물을 차에 싣습니다.


그게 제 일이고 제 하루니까요.

2026-02-22 11;54;25.PNG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작업하다 보면 허리가 먼저 신호를 보냅니다.

“이제 좀 쉬자…”

몸은 벌써 50대인데 일은 아직도 30대처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 맡은 일은 끝내야 마음이 놓입니다.

현장을 정리하고 돌아설 때 그때서야 '아… 오늘 하루 끝났구나'그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원래 가장은 그런 자리라고 믿으면서요.

2026-02-22 11;56;03.PNG

돈벌어오고, 가족책임지고, 아프면 안되고, 힘들어도 티내면 안되는 사람. 그냥 묵묵히 버티는 사람.

저는 그게 가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0대 초반에 회사를 나와 기술자가 됐고 어느새 50대가 됐습니다. 남들처럼 월급날이 있는 삶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벌어먹고 사는 게 좋았습니다.

2026-02-22 11;57;40.PNG

그런데…편하게 숨 쉬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몸보다 마음이 더 바빠서 그런가 봅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이번엔 아빠와 남편의 하루가 다시 시작됩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아들이 묻습니다. "아빠! 오늘 저녁은 뭐야?"

잠시 후 아내 카톡이 옵니다. "자기~ 오늘 저녁 뭐 해먹어?"

2026-02-22 11;59;16.PNG

피곤한데 이상하게 웃음이 납니다. "아~ 또 시작이구나."


제가 언제부터 집에서 밥하는 사람이 됐을까요.

밖에서도 일하고, 집에 와서도 또 일입니다.

작업복을 벗자마자 앞치마를 두릅니다.

2026-02-22 12;00;11.PNG

망치 대신 칼을 잡고, 드라이버 대신 프라이팬을 듭니다. 하루가 두번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싫지는 않아요. 가족이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또 힘이 나니까요. 저는 참 단순한 사람인가 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가족들은 각자 자리로 흩어집니다.

아내는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아들은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습니다.

저는 말없이 반찬 뚜껑을 닫고, 그릇을 싱크대로 옮깁니다.

2026-02-22 12;01;36.PNG

냉장고 정리를 한 후 고무장갑을 끼고 쑤세미에 세제를 가득 묻힙니다.

그릇을 닦고, 헹구고, 또 닦고. 등 뒤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혼자 다른 공간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 반찬 맛있다는 말은 있었나,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다만 아내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앞으로 집에서 고등어는 굽지마. 냄새 안빠지니까"

열심히 준비했는데......미안하다고는 하긴 쫌 그래서, 고개만 끄덕했습니다.

2026-02-22 12;02;36.PNG

냄비와 후라이팬까지 닦고 고무장갑을 벗으면 손끝이 쭈글쭈글해 집니다. 빵꾸가 난걸까? 고무장갑을 새로 사와야겠습니다.


웃음소리는 거실에서 나는데, 나는 싱크대 앞에 혼자 서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오랜만에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야, 근처 왔는데 커피 한잔 할래?”

잠깐 나갔다 오는 거니까, “콜”이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2026-02-22 12;03;32.PNG

옷을 갈아입고 신발까지 신었습니다. 현관문 앞에 서 있는데 그때 아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 나가?”

“아… 그냥 친구가 근처 왔다고 잠깐 보자고 해서 만나고 올려고”

변명처럼 말이 길어졌습니다. 괜히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아내가 몇 시에 오냐, 저녁은 먹고 오냐, 아들은 지금 이걸 사달라고 하는데…
별말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냥… 다음에 보자고 할까?'

친구한테 “오늘은 좀 어렵겠다. 다음에 보자” 문자 하나 보내고 다시 신발을 벗었습니다.

2026-02-22 12;05;06.PNG

다시 소파에 앉아 TV를 켜고 보고 있지도 않으면서 채널만 이리저리 돌렸습니다.

생각해보니 누가 나가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결국 내가 그냥 안 나간 거였습니다.

그날 나는 집에 있었지만, 쉬지는 못했습니다.




깜깜한 밤입니다.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습니다. 다들 자는데 저만 깨어있습니다.

일어나 물한잔 마십니다. 담배만 안끊었다면 담배도 하나 피웠겠죠.


어두운 거실에 혼자 서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고장 나면 안되는 ‘기계’ 같은 존재가 아닐까.

멈추면 안 되는 사람.

아프면 안 되는 사람.

티 내면 안 되는 사람.

2026-02-22 12;06;28.PNG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당연한 게 아니었습니다.

가장은 참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더라고요.

저도 그냥 사람이니까요.


이 집이 제 책임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제가 살아야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말해보려고 합니다. 힘들다고. 오늘은 좀 쉬겠다고. 그냥 커피 한잔 마시고 오겠다고.

그래도 세상은 안 무너지겠죠. 저는 기계가 아니니까요.




2026-02-22 12;08;10.PNG

저는 다시 잠을 청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또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이 떠질 겁니다.

작업복을 챙겨 현장에 나가겠죠.

그리고 저녁이면 다시 앞치마를 두를 겁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또 그렇게 할 겁니다. 가장이란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니까요. 이게 제 인생이니까요.


가족 아프지 않고,

일 계속할 수 있고,

오늘처럼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2026-02-22 12;09;10.PNG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이었습니다.”


집에서는 저녁 담당, 밖에서는 기술자인 제가

구독과 좋아요는 유일하게 ‘제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용기입니다.

2026-02-22 12;10;05.PNG

다음 이야기에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클릭해 보세요~ 꿀잼 보장!

https://youtu.be/g_OcNM36hA8







매거진의 이전글시공업체 선택과 집에 온 기술자 최대한 부려먹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