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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Nov 30. 2022

이젠 독립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기술자로서 홀로서기-1


2022년 마포구 동교동 상가 욕실 바닥 타일 시공 중




사장과 같이 일하러 다닌 지 9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우리 집 욕실 리모델링 공사도 다른 기술자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제품 구매부터 철거, 시공, 폐기물 처리까지 문제없이 마무리했습니다. 자신감도 충만해 있었을 때였어요. 사장이 지금 하고 있는 욕실 리모델링 일을 접고, 베트남으로 개인 사업을 하러 간다고 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사업할 생각을 하다니 사장도 대단합니다. 이제는 제가 홀로서기할 때가 온 것입니다. 더 배워야 하고, 더 실력을 늘려야 하고, 더 경험해야 하는데, 사장이 떠난다고 하니 "이제 모든 것을 나 혼자 해야 하는 건가?", "내가 혼자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한편으로는 홀로서기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술자로 독립을 할 기회가 온 것이죠. 언제까지 일당 아닌 일당을 받으면서 따라다닐 수만은 없으니까요. 브라보! 


이제 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사장에게 서운함이 있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이 늘어나고, 내가 있음으로 해서 사장의 일이 수월해지더라도 내 일당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사장이 베트남으로 떠날 때, 마지막 일당도 5만원 받았습니다. 그때는 일용직 노가다를 하더라도  최소한 하루 13만원(지금은 16만원)은 받는 시기였습니다. 곰방(시멘트, 벽돌, 합판, 철근 등의 건축자재를 인력으로 운반하는 일) 같은 힘든 일은 하루 15만원~18만원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더 많이 받겠죠.


점차 기술 실력이 늘었고, 저는 준기술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도우미 한몫 이상의 일을 하고 있는데, 일당 5만원이라니!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사장이 베트남으로 간다고 하니 사장과의 '바이바이'가 시원한 마음도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너바스'를 잘 홍보한다면 내가 할 일은 꾸준히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잘 가라~ 사장! 떠나 줘서 고맙다!"

우리 집 욕실 리모델링을 성공(?) 한 후 지인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홍보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친구(현재 모임 친구이며 초, 중, 고 동창)가 자신의 장모님 댁 욕실을 고쳐드리고 싶다고 하여 욕실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집 욕실 리모델링 한 경험밖에 없는 나를 믿어주고, 자신의 처갓집 욕실을 맡겨준 그 친구가 지금도 너무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친구 장모님께 인사드리고, 현장을 본 후 견적서를 작성했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준 친구가 고마워 제 공임비는 저렴하게 넣었습니다. 

용산 친구 장모님 댁 아파트 시공 전 사진

2019년의 제 휴대폰은 갤럭시노트9. 광각이 안됩니다. 욕실 전체가 한 장의 사진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용산의 친구 장모님 댁이라 부담감이 컸습니다. 우리 집처럼 실수를 해서도 안되고, 공사가 지연되어서도 안되고, 끝까지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공사전날 잠자리에서도 장비와 연장, 부재료 등은 꼼꼼하게 잘 챙겼는지, 빠진 것은 없는지, 생각을 못한 것은 없는지 생각하느라 잠을 푹 잘 수 없었습니다. 


친구 장모님이 생활하는 집에서 욕실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합니다. 우리 집과는 다르게 내 마음대로 작업을 밤늦게까지 할 수가 없습니다. 친구 장모님이 집에 오셔서 쉬어야 하기 때문에 저녁 5시가 되면 정리를 해야 했어요. 그리고 타일 시공은 소음도 심하고 작은 먼지가 많이 납니다. 생활하는 집이라 보양을 잘하고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시간도 더 걸리고, 뭘 하든 조심해야 했어요.

벽타일 시공 후 모습

갤럭시노트9 파노라마 모드로 찍어서 각도가 이상하네요. 벽타일은 만족스럽게 작업이 되었어요.

벽타일과 천장 배관이 맞닿은 모습

벽타일 작업이 끝나고, 천장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천장 배관이 너무 낮아요. 그렇다고 천장을 낮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욕실 문보다는 천장이 높아야 하니까요. 이 상태에서는 돔천장을 시공할 수 없습니다. 멘붕이 왔죠!!!


돔천장 시공 중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것이 기술자의 자격입니다. 위 사진처럼 배관이 맞닿는 천장재 격자 부분을 잘라내고 겨우 얹을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다행입니다. 다운라이트와 환풍기도 잘 설치되었고, 천장이 깔끔하게 얹어졌습니다.

다음은 욕조설치입니다. 욕조는 제가 설치해 본 적은 없습니다. 사장이 욕조작업 할 때 한 번 봤을 뿐입니다. 공사 전에 유튜브에서 '욕조시공'검색해서 참고했습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가득했었지만, 처음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욕실 간격에 맞게 옆면을 잘라야 하는데, 이 욕조는 아크릴 욕조입니다. "욕조가 안 짤려요" 다시 한번 난관이 왔습니다. 사장이 SMC욕조(저렴한 플라스틱 욕조) 설치하는 것을 봤을 때, 그라인더로 욕조가 쉽게 잘렸습니다. 하지만 아크릴 욕조는 자르기 어렵습니다. 그라인더로 자르느라 힘들었어요. 욕조 무게가 상당해서 저 혼자 비좁은 욕실의 욕조 자리에 얹기 힘들었지만 수평 잘 맞추고 설치 마감했습니다. 한고비를 또 잘 넘겼습니다.

욕실 리모델링 후의 모습

이것 말고도 어려운 점은 몇 가지 더 있었지만,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며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집 욕실 공사할 때와는 또 다른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했습니다. 난관을 극복한 공사를 잘 마무리해서 그런지 이제는 진정한 기술자가 되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맡겨만 주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도우미 일당 5만원짜리가 아닌 기술자로서, 욕실 리모델링 기술자로서 독립했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군대를 갓 전역한 말년 병장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회에 나가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


친구 장모님과 와이프도 집에 와서 바뀐 욕실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기술 입문자인 나에게 공사할 기회를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저는 사장이 베트남으로 떠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독립을 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면, 부모와 떨어져 독립하듯이 자신이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홀로서기해야 합니다. 



1. 사장님께 기술자로서 독립하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당신이 홀로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된다면 "사장님 현장 작업도 하면서 자신의 일도 하겠다"라고 사장님께 말해 보세요. 사장님을 따라다니면서 도우미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말하기 어렵겠지만 기술자로 독립하기 위해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사장님도 마음 한편에서는 '당신이 언젠가는 독립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장님 눈에는 당신이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하고 어설퍼 보일 것입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진 기술자 사장님 눈에는 작업자가 그렇게 보여요. 많이 부족해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생각이 더 중요합니다. 독립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면, 독립할 때가 된 거예요. 사장님과 소주 한잔하면서, 분위기 좋을 때 솔직하게 말해보길 권합니다. 



2. 자신이 독립한다고 해서, 사장님과 관계를 끊는 것은 아니다.

독립한다고 해서 아직 기술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현장마다, 제품마다, 상황에 따라 써야 할 공구와 부재료, 시공방법도 다르게 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경험을 하려면, 자신의 현장이 아닌 사장님 현장에서 사장님의 조언대로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당신의 현장은 모두 당신이 책임지고 마감해야 하지만, 사장님 현장은 사장님이 책임을 집니다. 당신이 실수를 하거나, 시공을 잘못했을 경우 사장님의 생각과 기술로 커버가 가능하고 그 기술과 팁도 사장님께 배워야 합니다. 


당신이 독립을 한다고 해도 사장님과 동업이나 협업의 형태로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장님은 당신이 필요할 때 불러서 같이 작업하고, 당신도 어려운 현장을 맡게 되면, 사장님을 모셔서 같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당신의 현장은 당신이 책임자이고,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작업 방법과 지시는 책임지는 사람이 내리는 것입니다. 당신의 현장에서도 사장님의 도우미 역할만 하면 안 되겠죠? 사장님의 조언을 받는 것은 좋지만, 작업은 당신이 주도해야 합니다. 

사장님과 당신은 경쟁자가 아닌 끌어주고, 밀어주는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3. 사장님께 기술자 일당을 받아야 한다.

당신은 이제 도우미가 아닙니다. 독립한 어엿한 기술자입니다. 프로의식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사장님께 기술자 일당을 받아야 합니다. 사장님은 아직도 당신을 부족한 기술자로 보겠지만, 최소한 다른 기술자 일당의 80%는 받아야 합니다. 사장님께도 당당하게 말씀드려야 해요. 기술자 일당을 받았다면 사장님 현장이라도 당신이 작업한 것은 당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물론 하자보수도 당연히 당신이 조치해야 합니다. 



4. 사장님이 여전히 당신을 도우미로 생각한다면, 관계를 끝낼 때가 된 것이다.

세상사가 자신의 뜻대로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장님이 여전히 당신을 기술자로 인정하지 않고 도우미로만 생각하며 기술자 일당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입니다. 당신이 사장님께 기술을 배우고, 사장님의 배려로 기술자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사장님도 당신이 열심히 일해 준 덕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고 또 어느 정도의 이익을 더 남길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당신을 기술자로 대우해 주지 않고 도우미로만 생각한다면, 당신을 이용하는 악덕 사장님일 뿐입니다. 당신이 독립할 수 없도록 가스 라이팅 할 거예요. "너는 그래서 안돼!"


"너는 이것도 제대로 못하는데, 독립? 웃기고 있네!" 


당신의 자신감만 떨어 뜨릴 뿐 사장님은 이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신을 이용하기만 하는 사장님이라면, 굳이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필요는 없어요. 당신에게 더욱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뿐입니다. 사장님도 당신의 빈자리를 느껴봐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당신이 기술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자 사장님을 만나 기술 노하우를 배웠고, 사장님의 현장에서 많은 경험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기술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당신도 기술자가 되기 위해 단단히 결심했고, 가족의 호응을 얻어냈고, 기술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거친 현장에서 노가다를 뛰었고, 예민한 사장님의 기분을 맞춰줬고, 그리고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당신의 열정과 노력이 자신을 기술자로 만든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편하고 따듯하게 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아프게 하고, 상처 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사람은 나쁘지는 않은 사람이며, 

다른 사람을 편하지는 않게 하는 사람은 좋지는 않은 사람이다."

[이너바스 이실장 명언-11]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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