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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Dec 13. 2022

기술자가 알아야 할 매너와 팁

기술자로서의 홀로서기-2

대치동 단독주택 욕실 세팅




전 글 '기술자로서의 독립! 꿈은 이루어진다!(下)'에서 제가 말했던 을지로 타일 위생도기매장 백송세라믹 사장님이 양변기나 세면대 등 도기교체 설치하는 일을 저에게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타일 도기 매장에 소비자가 직접 방문하여 욕실제품을 구매하면서 설치까지 요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백송세라믹 사장님이 저에게 처음으로 일을 맡긴 곳이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이었습니다. 세면대와 양변기 교체 요청입니다. 깔끔하게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매장에서 양변기를 싣고 알려주신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제품과 공구를 챙겨 방문했더니, 집주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구리시 수택동 아파트 욕실 세면대, 양변기 교체 전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면서 명함을 드렸습니다. 깨끗한 A급 마대자루를 욕실 앞에 깔고 연장 박스를 놓았습니다. 제가 준비한 작업 신발을 신고 욕실에 들어갑니다. 물론 욕실에 슬리퍼가 있지만, 집주인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작업자가 변기와 세면대 작업을 하면서 집주인 가족들이 맨발로 싣는 슬리퍼를 싣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요.

세면대, 양변기 철거

양변기와 세면대를 철거하면, 제품이 있던 자리는 곰팡이와 묵은 때로 오염되어 있어요. 이런 것도 제가 가지고 간 철수세미로 닦아줍니다. 제품을 설치하면, 깨끗하게 닦아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새 제품으로 가려지기는 하지만, 깔끔하게 닦아내지 않으면 그것을 보는 집주인의 마음도 불편해지겠죠? 그리고 백송세라믹 사장님이 주신 첫 주문이라 깔끔하게 마무리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왔으니, 신경 써서 작업했습니다. 

세면대, 양변기 교체 후

양변기와 세면대 교체 작업하는데, 반나절 걸렸습니다. 작업을 마치면 항상 확인을 해야 해요. 제품은 견고하게 설치되었는지, 물은 잘 나오고 잘 내려가는지, 누수는 없는지 확인합니다.


작업을 마치고, 벽타일에 뚫린 구멍들은 바이오실리콘으로 메워 줍니다. 구멍이 있으면, 보기 흉하고 물이 들어가면 빼기도 힘들어요. 욕실 바닥은 변기 메지를 넣어서 시공당일 물청소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스펀지로 욕실 바닥을 닦아 줍니다. 시공 마친 후 깔끔하게 현장을 마감해야 집주인이 좋아합니다. 폐도기와 폐기물은 철거한 후 차에 실어 놓습니다. 폐도기는 철거하는 데로 밖으로 옮겨야지, 생활하는 공간에 놓으면 집주인이 불쾌해할 수 있어요. 휴대폰으로 마무리된 사진을 찍고 집주인에게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차분하게 알려드렸습니다. 


공구와 연장을 챙겨 현장을 나오면서, "제가 세면대와 양변기 잘 시공하고 갔다"라고, 제품 구매한 곳에 전화 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백송세라믹 사장님의 첫 요청이라 신뢰를 받아야 했기에, 집주인에게 부탁했습니다. 내가 직접 "나 일 잘해요!"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기술자가 일 깔끔하게 잘하네요!"라고 한번 말해 주는 것이 효과가 큽니다. 나중에 백송세라믹 사장님께 들으니, 그 집주인이 "깔끔하게 일 잘한다"라고 제 칭찬 많이 해주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백송세라믹 사장님과의 신뢰관계가 쌓여 굳이 집주인에게 그런 부탁을 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1. 집주인  분을 만났을 때, 인사를 잘해야 한다.

집주의 요청으로 방문했을 때, 명함 드리며 웃으며 인사하세요. 집주인은 웃으며 인사하는 기술자의 모습에 마음이 안정됩니다. 만약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하면 집주인 마음이 불편해져요.



2. 제품이나 공구를 놓을 때, 조심조심!

현장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바닥이 긁히지 않도록 박스나 보양재를 깔고 연장박스를 놓거나 그 위에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저는 새 마대자루를 바닥에 깔아 사용합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A급을 가져가요. 그 위에 연장 박스나 공구를 올려놓습니다. 그래야 바닥에 먼지 묻지 않고 긁히거나 파손되지 않습니다. 작업 마무리하면서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담아 올 수 있어서 좋습니다.



3. 집주인의 물건은 사용하지 않는다.

세면대나 양변기를 교체할 경우 집주인 슬리퍼를 신고 작업하는 기술자도 있는데, 집주인들은 불편해합니다. 편한 작업신발을 하나 더 챙겨가서 작업할 때 신어요. 그리고 욕실에 있는 빗자루나, 쓰레받기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집주인 물건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고, 당신이 챙겨가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실내 작업화


4. 작업과정을 사진찍어 놓자.

작업하는 동안 사진을 찍어 놓습니다. 나중에 필요할 수 있어요. 나중에 설치한 제품에 긁힘이나 파손으로 집주인이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데, 책임소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홍보할 때도 시공과정을 올리면 더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5. 시공 마무리 후 점검은 필수!

작업하면서 공정이 끝날 때마다, 제품이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품은 잘 작동하는지, 물은 잘 나오는지, 물은 잘 내려가는지, 누수는 없는지 확인합니다. 현장을 나오기 전에 작업한 것들을 한번 더 최종 확인하고, 마감은 깔끔하게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시공만큼 중요한 것이 확인입니다. 확인을 잘해야 나중에 AS 하러 다시 올 일도 없어지고, 집주인에게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자의 자기 믿음이 생깁니다.



6. 집주인의 질문에는 알고 있는 것만 답한다. 

작업하다 보면, 집주인이 궁금한 것을 물어봅니다. 친절하게 알려주세요. 만약 모르는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세요. 기술자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모르는 것을 아는 척을 해서는 안됩니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집주인이 당신을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집주인의 질문에 잘 모르는 것이 있었다면 귀가 후 반드시 알아놓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기술자의 식견과 기술을 늘려가는 것입니다. 요즘엔 소비자들도 많은 정보를 알아보기 때문에 기술자 못지않은 안목을 가진 분들도 많습니다.



7. 작업이 마무리 되면, 집주인에게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작업을 마무리한 후 집주인에게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드려야 합니다. 제품이 작동은 잘되는지, 문제가 있는 곳은 없는지 집주인에게 직접 보여드리면 더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당신이 현장을 문제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집주인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추가 작업을 더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있다면 지나가는 말로 센스 있게 말하세요. 말을 안 하면 당신이 안 보이는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작업했는지 집주인은 모릅니다. 



8. 집주인 분이 해피콜을 해 줄 수 있도록 부탁하세요.

집주인이 직접 요청한 것이 아닌 다른 분(지인소개, 거래처 매장, 인테리어 업체)의 소개로 시공하러 갔다면, 작업 끝나고 현장 벗어나기 전에 집주인에게 부탁해 보세요. 시공 맡기신 분께 "시공 잘하고 갔다"라고 전화나 문자 한번 해달라고 하세요. 사소한 것이지만, 집주인의 전화나 문자 하나로 소개해준 분과의 신뢰와 믿음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9. 작업을 마무리한 후, 집에 다른 불편한 곳은 없는지(전공이 아닌 분야라도) 물어봅니다. 

작업이 다 끝나고, 현장을 벗어나기 전에 기술자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물어보세요. 집주인이 하기는 어렵고, 기술자가 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욕실제품 교체하러 방문했다가 조명 교체, 베란다 빨래걸이 수리 등을 해주고 온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청은 수고비 조금 더 받을 수도 있고, 단순한 것이면 집주인의 감사한 마음만 받으세요. 

사소한(기술자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집주인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를 경우도 많아요. 집주인은 고민되는 문제가 해결되어 마음이 시원해지고, 집주인의 고민을 해결해 준 당신은 경험도 쌓이고, 기술자로서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아는 것을 모른 척하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면 사고가 터진다."

[이너바스 이실장 명언-12]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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