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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May 20. 2023

아이스크림콘 30개와 할머니,
그리고 뇌물에 대한 생각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1)

안녕하세요. 이너바스 이실장입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다세대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도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고요. 제가 오전 일을 끝내고 집 앞에 와서 편한 마음으로 담배를 한 개 피우고 있었습니다. 앞 빌라에 살고 계신 할머니가 저를 부르십니다. 그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보이시고, 살도 아주 많이 찌신 데다 다리가 많이 아프신지 지팡이를 가지고도 거동이 많이 불편한 할머니였습니다. 예전에도 따님이 할머니 부축해서 차를 태워드리는 것을 봤거든요. 할머니 아마도 병원에 가는 듯 보였습니다.

그 할머니가 저를 부르시네요. 얼른 담배를 끊고 할머니께 갔습니다.


앞 빌라 할머니 : 내가 돈 줄게, 아이스크림 좀 사다 줘~

이너바스 이실장 : 네, 사다 드릴게요.


머 어렵지는 않은 일이잖아요. 할머니가 돈을 꺼내십니다. 뭉칫돈이었어요. 새 지폐로 만 원짜리가 종이 끈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그게 50만원이던지 100만원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 몇 개 사다 드려요?

앞 빌라 할머니 : 나 돈 많아. 내가 10만원 줄 테니까 아이스크림 30개만 사다 줘~ 

이너바스 이실장 : 아이스크림 콘으로요?

앞 빌라 할머니 : 응. 여기 10만원하고 아이스크림값 여기~

심부름 값으로 10만원이나 주시려고 하는 거예요. 

'받을까? 할머니 돈 많은데~' 살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돈을 보니 욕심이 살짝 들어왔습니다. 우선 돈을 다 받아가지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 정도는 심부름해줄 수 있는데, 10만원이나 받는 건 쫌 그렇잖아~' 생각을 하면서 편의점은 가격이 높으니 마트에 가서 사 왔습니다. 저는 오토바이가 있어서, 금방 갔다 와요. 아이스크림콘 30개가 대략 4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 할머니 콘 사 왔습니다.

앞 빌라 할머니 : 고마워~

이너바스 이실장 : (주신 돈과 그리고 잔돈 모두와 영수증까지 드리면서) 이 정도는 그냥 사다 드릴 수 있어요.

앞 빌라 할머니 : 아냐 아냐~ 나 돈 많아 가지고 가~

이너바스 이실장 : 아니에요. 그럼 콘이나 하나 주세요.

말씀드리고 콘 하나만 심부름값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안 받길 잘했다면서 살짝 착한 일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죠.


그런데 이틀 뒤에 할머니가 또 부르습니다. 콘 30개 또 사다 달라는 거였어요. 또 심부름값을 주신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 이틀 전에 30개 사다드렸자나요?

앞 빌라 할머니 : 다 먹었어~

이너바스 이실장 : 콘 30개를 이틀 만에 다 드셨다고요?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은데요.

앞 빌라 할머니 : 그래도 사다 줘~ 돈주께~


이번에도 심부름값으로는 콘 하나만 받고 사다 드렸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도 30개를 이틀 만에 혼자서 다 먹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에 15개씩 콘을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아니면 치매로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콘이 있는데도 나한테 사다 달라고 했던지. 다음에 부탁하시면 "그땐 생각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틀 뒤에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제가 딱 담배를 한 개 피울 시간에 맞춰 내려와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고 또 사다 달라고 하십니다. 60개를 4~5일 만에?

이너바스 이실장 : 할머님 따님께 전화를 한번 해주세요. 제가 물어보고 사다 드려도 된다고 하면 사다 드릴게요.

앞 빌라 할머니 : 딸이 못 먹게 해. 사다 줘.

이너바스 이실장 : 따님이 할머니 건강생각해서 못 드시게 하는 것 같네요. 저도 죄송하지만, 못 사다 드려요. 


그러면서 그냥 모른 척하고 나왔습니다. 


그 다다음날 할머니가 빌라 앞에 내려와서 저를 또 기다리신 듯합니다. 저를 부르셔서 를 또 만났습니다. 또 아이스크림콘 사다 달라고 하시네요.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오토바이 타기는 싫고, 걷기도 싫고 귀찮은 거예요. 또 따님 핑계를 대면서 못 사다 드린다고 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3~4개 먹는 것도 많은데 하루에 15개씩 먹으면 젊은 사람도 병나지 않을까요? 당뇨나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그런 거요.




이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아이스크림콘 사다 드리는 첫날 심부름값으로 10만 원을 받았었더라면? 아마도 할머니가 부탁할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30개씩 계속 사다 드리지 않았을까요? 받은 게 있으니 양심에 걸려서 아마도 사다 드렸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할머니 건강이 많이 나빠질 것입니다. 안 그래도 할머니가 비만인 데다가, 다리도 아주 많이 불편하셔서 지팡이 짚고도 못 다니시거든요. 혹시라도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드셔서 건강이 악화되어 큰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건 제 탓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도 소용없는 후회와 땅끝으로 꺼지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아이스크림으로 사람을 죽인 나쁜 놈으로 낙인찍힐 듯합니다. 


이건 할머니의 심부름값에 대한 욕심으로 그렇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받을 것은 받아야 하지만, 받지 말아야 할 것도 받게 된다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은 분명합니다.


정치인들이나 사업가들은 분명 일이 있을 때마다 뇌물을 주거나, 받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습니다. 뇌물을 받지는 않더라도, 룸살롱에서의 술 접대나 골프 접대 어느 정도 다 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은 사업상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냥 그런 뇌물이나 접대가 너무 감사해서 담당공무원이나 뭔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일까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만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얼마 전 파란당 돈봉투 의혹이~ 정치가 돈이 많이 들긴 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거 아닌가요?


처음에는 간단한 부탁과 함께 간단한 점심으로 시작합니다. 친분이 생기고  그러다가 점점 받는 향응이 커짐과 동시에 주어지는 혜택들도 커지죠. 몇 번 하면 익숙해지고 죄책감 또한 줄어들거나 없어지죠. 그러면서 더 큰 특혜와 뇌물을 주고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돈의 유혹이라는 것은 정말 강합니다. 인간의 3대 욕구에 속하잖아요. 식욕, 색욕, 금(金)욕!


특히나 마음씨 착한 사람이나 자신은 깨끗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아무리 불법적인 돈이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처음부터 조그마한 뇌물도 받으면 안돼요. 나중에 그런 것들 때문에 자신의 죄책감이 너무나 커져서 극단적 선택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다른말로 행복!!!"

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돈도 벌고, 가족도 챙기고, 높은 위치에도 올라가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금전적으로도 불편하지 않아야 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가족도 편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뭔가 큰 욕심을 부리다가 무리를 하거나 삶의 도박을 하여 실패하게 된다면, 삶이 너무 힘들어집니다. 삶의 도박에서 한번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다 보면 실패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후회하겠죠. 이런 것은 자신의 행복과 멀어지는 것입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흐르는 강물에 내가 탄 배를 맞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놓아두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고 하는 건 정말 힘들겠죠? 강물을 힘들게 거슬러 올라가서 얻는 것은 뭘까요?

특히나 내 노력이 들어가지 않고 생기는 행운은 불행의 씨앗이 되어 나를 나락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항상 잘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무엇이 내 삶에서 중요한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끝!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 이너바스 이실장이 하는 일이 궁금하다면~

https://blog.naver.com/chunseo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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