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만남이 주는 충격과 안정

by 지한

자소서를 쓰면서 항상 두 가지 마음이 든다. 첫 번째는 이번에는 꼭 합격하고 싶다, 뭐가 되었든 일자리를 가지고 싶다는 느낌. 그리고 두 번째는 자괴감. 아주 없는 얘기나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는 게 아니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를 위한 글쓰기이지만 진짜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기분, 그리고 첫 사회생활의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의 인신공격과 모독에 가까운 말이 떠올라서 혼자 잠시 숨을 고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이번에도 그렇게 몇 일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쓰고 떨어지고, 다시 또 쓰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점점 일상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헛된 시간을 보내버렸단 생각에 자존감마저 떨어질 때도 있었다


바쁜 와중에 책을 읽을 정신도 없었는지, 사놓고 한참동안이나 방치해두었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는, 다소 선문답스러운 제목의 책을 읽었다. 잊고 있던 세계와, '너'와 '나의 내면'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글들.

몇 주 동안 아등바등하면서 컴퓨터 앞에 몇 시간을 앉아 고민하고 오랫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의 약속도 미뤄가면서까지 제출했던 여러 개의 글을 읽으며 멍해지는 정신을 똑바로 잡으려 했다. 애써 자존심 상하지 않은 척 했었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글을 읽으며 한 번도 깊게 고민해본 적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스펙으로 설명하는 나는 몇 줄이면 충분하겠지만 세계 속에서의 나,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나는 무엇일까


그래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다. 언젠가 죽는다 하더라도 이번 생이, 당장 오늘이 시간이 흘러 아주 먼 미래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나도 나는 오늘을 살아내야하고, 상처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어제보다는 좀 더 편하게 마음을 놓아두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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