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우는 벌건 대낮

by 지한

할머니가 세상을 버리고 간 지도 두 달이 조금 넘게 지났다. 사무실에 있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나와서 장례식장으로 향한 날, 바깥엔 비가 투둑투둑 내리고 있었다.


장례식 사흘 동안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6월 말에도 장마가 올 수 있나 싶을정도로 비가 오다가 장례식 마지막 날, 거짓말처럼 날이 화창해졌다. 물기 머금은 잔디 위로 무지개가 내려온 걸 보고 나도 모르게 하늘을 한참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여기가 추모공원인 걸 깨닫고 손으로 급하게 마른 세수를 해서 표정을 지워버렸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던 사흘 밤낮과 또 평생 짐처럼 짊어지고 살아갈 것만 같았던 미안함과 슬픔이, 이젠 어쩔 때는 깜빡 잊고도 살아졌다. 모처럼 마음맞는 사람을 만나 노는 자리에선 깔깔 웃고 떠들고,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육두문자 섞어서 실컷 씹어대고, 기분에 따라 술에 취해 까무룩 잠드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날을 떠올리지 않는 날이 생기기도 했다.


다만, 가끔은 할머니 집에서 먹었던 콩잎과 민들레와 부지깽이 같이 색깔도 맛도 비슷한 나물이 수북하게 올라와있던 밥상이라던가,

남은 밥을 소복이 모아 개밥그릇에 부어주던 할머니의 모습이라던가,

아주 불편한 걸음으로 마중 나오고 또 배웅 나와선, 우리집 강아지들은 다른 집 애들처럼 달려와서 할머니를 폭삭 안아주는 법이 없다며 내심 서운해하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가끔 생각난다.


오전 내내 사무실에서 욕을 들어먹고 배불러서 꾸역꾸역 점심을 밀어넣을 때, 누굴 만나서 신나게 놀고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할 때 갑자기 머리속을 툭 치고 가는 기억들이 조금은 낯설고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장례식동안 쉬지 않고 울고있는 나에게 고모가 그랬다.

니가 자꾸 울면 할머니가 좋은 데에 가려다가도 뒤돌아보느라 제때 못간다고.


이렇게 벌건 일요일 대낮에 밥 잘먹고 시원한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매미 우는 소리에 문득 할머니가 생각나서 좀 울었다고 하면 할매는 나한테 뭐라고 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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