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어디에 숨어서 우는 걸까

by 지한

이유도 없이 매사 자신없고 우울하고 울고싶은 날이 하필 오늘이었다. 온 가족들이 집밖으로 한발짝도 나갈 생각이 없고 물론 나도 그럴 생각이 없는 날. 사실 나는 좀 울고싶었다. 이런 기분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텐데, 내가 아닌 다른 어른들은 이런 기분을 어떻게 이겨내는걸까, 이런 날엔 다들 어디에 숨어서 우는 걸까.



언제부터 이렇게 내가 쓸모없고 부정적인 사람이 되었던가, 다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전에 빨리 끊어버려야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배가 터질 것 같지만 뭐라도 먹을까, 아니면 졸리지도 않지만 침대에 누워있다가 스르륵 잠이라도 들면 괜찮아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수없이 대낮에 잠을 청해보려고 침대를 좀 뒤척여보다가 결국은 잠이 안 와 손에 잡히는 자기계발서를 좀 읽었다. 수 십억의 빚이나 자동차 사고로 인한 물리적 고통 같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그들과, 자기소개서 한 자 못적고 있는 나를 비교하며 자괴감을 느끼며 결국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문제집을 펼치고 입사지원서 화면을 띄운 노트북을 눈 앞에 뒀다. 그리고 몇 십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앉아만 있었다. 처음엔 눈물이 비죽비죽 나오는 걸 그냥 닦기만 하다가 점점 더 훌쩍이는 소리가 커져버려서 결국은 엄마가 소환되고야 말았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에 지쳐버린 엄마의 표정을 보면서 죄책감은 커져만갔다. 나만 아니면 괜찮을텐데. 하필 또 내가 엄마 속을 썩이고 있네 싶은 생각에 울다가 엎드려서 펑펑 울어버렸다. 힘든 건 알겠는데 우는 건 그만 좀 하라는 위로를 기어이 받아내고나서야 좀 잠잠해질 수 있었다. 좀 잠잠해진 나에게 다 커서 울긴 왜 우냐는 말을 듣고 좀 더 서러워졌다.



아니, 나가는 게 힘들어서 집에 있겠다는데, 좀 울면 어떻고 추하면 어때서,

나도 집에서 눈치 봐 근데 우는 건 괜찮잖아,


를 질질 짜면서 말했다. 눈물샘은 2차 폭발을 해버렸다.




보통 때엔 가족들의 외출 시간을 계산해서 제한시간 내에 울고나서 뚝 그치곤 하는데 요즘 나는 제한시간을 넘기거나 예고 없이 툭하면 울 때가 더 많아졌다. 빨래를 걷다가도 서럽고 청소기에 낀 머리카락을 빼내다 한숨이 나올 때 울음도 같이 나와버린다. 그리고 울면서도 걷은 빨래를 개어서 서랍에 넣어두고, 청소기를 다시 조립해서 제자리에 세워둔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울고불고 어떻게 해도 시간은 지나갈 거고 일상은 계속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고 그 기분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다고 머리가 마음을 살살 달랜다.


그럴 때마다 딱히 위로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눈치 안보고 울 수 있는 곳, 귀가 멍할 정도로 코를 세게 풀어도 되는 곳이 필요하고, 누구라도 그럴 때가 있으니 그럴 때만이라도 조금은 소리내서 울고싶다. 나같이 덜 자란 어른은 마냥 울고싶은 날에 슬픈 영화를 틀어주는 영화관이나 동굴이 아닌, 내 집에서 펑펑 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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