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나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It′s good enough for me bye bye bye bye
SES의 노래로 더 유명하겠지만, 나는 가수 윤상이 부른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 시절 감성이 묻어있는 반주와 별다른 기교 없는 창법 그리고 뭔가 나른한 목소리가 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작사가가 직접 밝혔듯, 나 또한 이 노래가 자살에 관한 노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란'에서 이별까지도 사랑이라고 말하는 윤상 아저씨라면, 삶의 끝이 죽음이듯 사랑의 끝을 이별이라고 생각할 것 같으니, 이 노래는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 모든 것을 위한 노래라고 마음대로 해석해본다.
오늘처럼 계획대로 할 일을 다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 날이면 좀 불안해진다. 내가 중요한 뭔갈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은 이 시간에도 더 노력하고 있을텐데 내가 지금 겨우 계획한 일을 다 마쳤다고 해서 보상 심리를 갖거나 여유를 부려도 되나 싶은 생각은 강박이 되어서 결국 내가 나를 갉아먹는 짓을 하고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최대한 몸을 움직여서 푸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시작될 즈음에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끈을 세게 조여메고, 밖으로 나가서 달리기 시작한다. 잡생각은 생존을 위한 들숨과 날숨으로 대체되고, 상체와 하체를 한번 더 움직여야 한다는 관성이 생기면서 점점 멀리까지 가게 된다. 오늘은 12km를 걷고 뛰고나서야 머릿속을 비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두 시간을 바짝 달리고 나면 쉰내나는 운동복과 불에 타는 것 같은 두꺼운 허벅지만 남는 줄 알았는데, 샤워를 하고 머리가 찌릿할 정도로 차가운 물을 한잔 마시고 나서 한김 식은 몸이 되니 다시 뛸 수 있을 것 같은 힘,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힘도 생기기 시작했다.
시작도 끝도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달리는 거 하나뿐이니, 아무도 박수 쳐주지 않아도 달릴 때 만큼은 이렇게나 진심이고 매번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러니 다리가 풀릴 때까지 뛰고 나서도 다시 또 다른 시작을 생각할 수 있다. 끝은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하나의 시그널이라고 한번 더 마음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달리기를 하고, 저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각자의 사연과 속도로 달려가는 과정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보듬어주고 싶어진다.
언젠가 틀림없이 우리는 끝을 맞이할 거고,
지루하고 때려치고 싶어도 포기할 수는 없는 일들을 해내며 끝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지막 끝지점에서 지나온 과정을 바라보든, 아니면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다른 길로 나아가든
여태껏 모두가 걷고 뛰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항상 응원한다고 전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