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카메라를 들고 먼 타국까지 왔는데 셔터를 누르기가 여간 망설여집니다. 분수에 맞지도 않는 사진 작업을 하면서부터일까요. 특정한 장면에 카메라를 들여보다가도 별의별 생각이 제 손가락을 경거부동케 합니다.
‘이 순간을 왜 찍으려는 거지?’ ‘이와 비슷한 사진은 이미 많지 않나?’ ‘요즘 필름 값이 말이 아니던데’ ‘이 광경은 어떤 메시지를 갖고 있지?’ ‘이 장면이 과연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까?’
신중하고 무거운 태도가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괜스레 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눈 위를 오르락내리락하기만 하는 카메라가 여행 내내 안쓰럽기만 합니다. 저 역시 채 뭐가 맞는지도 모르는 여러 상황 속에서 말입니다.
“찰칵” “찰칵”
그러다가도 저 모르게 셔터를 누를 때가 있습니다. 황홀하게 타오르는 일출을 볼 때, 낯선 이의 금발을 타고 내려오는 빛의 산란을 마주할 때, 할아버지 손 꼭 잡은 손녀의 앙증에 마음이 홀릴 때, 그중 어릿어릿한 아이들의 맑은 웃음은 유독 위험하죠. 적당히 오른 녹과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간판도 이상하게 저를 당깁니다. 서로에게 몰두하는 그들만의 색감은 이미 충분히 있는데도 왜인지 셔터가 후합니다.
때에는 굳이 의미를 묻지 않습니다. 스스로 이유를 캐지도 않고, 필름 값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메시지와 호소력을 차치하고 제 귀에 들리는 소리는 그저 하나입니다.
“찰칵“ ‘아름다워요.’
제게는 더없이 솔직하고 정직한 소리입니다. “찰칵” ‘아름다워요.‘ ’아름다워요, 그대.‘
저는 ‘아름답다’는 말을 수줍게 건네는 사진이 참 좋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듣지 못하지만, 찍는 사람은 알거든요. 셔터음이 얼마나 직관적이고 솔직한 말인지.
사진은 굳이 여러 말이나 생각을 붙이지 않는 투명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찰칵” ‘아름다워요.’ 여행하면서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 사진의 매력입니다.
아,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당신께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