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아침

by JACOB


"디리리링"


세상 요란한 알람 소리. 오늘따라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건 기분 탓일까. 미뤄뒀던 365일을 한꺼번에 먹은 듯 몸이 부르다. 8분가량을 잠과 깸의 모호한 경계에서 헤매다 존경심과 함께 눈을 떴다. 깨어나는 사람 중에 대단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일어나는 사람 중에 대단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보일러 온수 버튼을 누르고 뜨거운 물에 벌써부터 쌓인 듯한 피로와 때를 불려 녹인다. 생각의 때도 벗길 수 있을까. 생각의 피로도 녹일 수 있을까. 새로운 해라기엔 몸과 마음이 이미 붉다.


서울 출근은 언제나 같은 교복. 새로움은 없다. 바뀐 게 있다면 머리를 마저 말리러 나타난 거울의 내가 살짝 더 늙어 보인다는 것. 수분이 없나.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안팎의 모든 숫자들이 조금은 천천히 움직이기를 기도하고, 이상한 고양감 휩싸인 나는 500ml 생수 한통을 난폭하게 들이켠다.


“습-하” “습-하” 영하 10도 안팎을 웃도는 냉기 위에 타버린 나를 연거푸 뱉어댄다. 여전히 뜨거운 숨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놓인다. 숨을 보면 좋다. 깨어있음의 대견함이 묻어 있어 그런 걸까. 아, 아침부터 너무 생각하지 말자. 아직 버텨야 할 하루가 기니까.


하루 이틀 지났다고 나를 괴롭히던 초조함도 나를 몰아세운 열정도 입을 막았다. 2025년 12월 31일에서 며칠이 더 흐른 걸까. 하루? 이틀? 삼일? 무엇이 바뀌었을까. 그간의 하루하루는 격변의 하루였을까. 올라간 숫자만큼 잠시 더 커지는 하루였을까. 밀도 높은 하루를 집어삼킨 느낌. 애석하게도 키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깨어난 이들과 이리저리 부딪히는 지하철. 매섭게 쫓아오는 숫자에 지친 맞은편은 모두 잠시 눈을 붙였다. 나 역시 잠시 눈을 붙이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하겠지. 남은 거리를 보니 넉넉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거 같다. 기분 좋게 눈을 잠시 감고, 속삭인다.


‘목적지에서 잘 깨어나기를.’

‘되도록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지 않고 오래오래 걸리기를.’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