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by JACOB


앙상했던 나무 끝에 초록 망울들이 맺혔고, 내 발은 쉬이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마음이 영 일렁이는 게, 마음이 영 두근거리는 게, 마음이 설설 움직이는 게, 초록 가득한 여름을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부터 뜨거운 햇볕이 땅을 내리 쐬고, 사랑을 찾는 매미들의 세찬 노래가 귓가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하다. 살이 익어가는 줄도 모른 채 남자아이들은 활기차게 공을 차고, 땀에 젖어 이마에 딱 붙은 앞머리를 매만지는 여자아이들은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다. 찝찝한 여름의 땀 냄새 사이 아스라이 풍기는 달콤한 샴푸 향이 코끝을 스치고, 크게 베어 먹은 수박 한입은 입안 가득 강렬한 여름 햇살의 맛을 선사한다. 거센 여름빛은 밀도 가득한 색감을 카메라에 속속들이 선물하고, 이따금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모빌 아래 종을 청아하게 울린다. “많이 더우시죠?” 카페에 들어서자, 바리스타가 건네는 따뜻한 말이 뜨거운 여름을 소복이 덮고, 푹푹 찌는 더위가 우리의 옷 위로 그려낸 끈적한 그림은 공감의 부채질을 부른다. 떨어지는 빗소리에 괜스레 마음은 간드러워지고, 길가 곳곳 나무에 걸어 놓은 옛날이야기들은 달빛에 맞추어 그리움을 속삭인다. 뜨거운 낮을 사뿐히 감싼 짙은 밤은 낭만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청량한 여름 밤바람은 고민과 걱정을 뒤로하고 다시 뜨거운 내일을 꿈꾸게 한다.


미약하게 맺힌 초록 망울에서 빛깔 세찬 여름을 본다.

바닥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초록빛이 가득한 뜨거운 계절을 본다.

모두가 초록으로 무성한 뜨거운 여름을 나는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