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게 글은 과분한 존재입니다. 저는 글을 행복하다 싶게 만들 능력이 없습니다. 또 남들에게 사랑받을 만하게 글을 키울 능력도 없습니다. 이미 세상에 멋진 글은 너무 많고, 제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제 하고픈 말을 대신 할 거고, 사랑받을 만한 모습의 글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나오겠죠.
이런 세상에 제가 굳이 좋은 모습 하나 없는 글을 낳을 필요가 없습니다. 괜히 낳아 함께 마음 아파할 필요가 없습니다. 괜히 낳아 이쁘게 키우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고, 지금까지 잘 타일러 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걸 아는데, 어차피 안 되는 걸 아는데, 차마 아파하기 싫은데, 구태여 속상하기 싫은데, 정말 손해 보기 싫은데, 한사코 하기 싫은데.
왜인지 항상 글이 그립습니다. 항상 글이 보고 싶습니다. 글만 생각하면 애가 타고, 글을 떠올리면 언제고 아련합니다. 즐거운 땐 글과 함께하고 싶고, 슬픈 땐 글이 이미 제 옆이 되어줍니다.
네, 저는 글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글을 낳으려고 합니다.
무엇을 적을지, 어떻게 적을 진 모르겠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어떤 꿈을 품고 자라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글은 ‘태어나는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제 해산의 고통을 겪으며 세상 밖으로 나오는 제 글들이, 하나하나 예쁜 글은 분명 아니겠지만, 어김없이 사랑으로 태어난 글입니다. 그러니 부디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