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 Everywhere you go.”
정말 어디를 가든 크리스마스다.
왜인지 몽글몽글해지는 기분. 괜히 눈이 왔으면 하는 날. 누군가 다정히 말을 걸어줄 것 같고, 길거리에 유독 맑은 웃음이 많이 보이는 날. 더없이 외롭기 싫은 날. 하지만 혼자 있어도 트리와 캐럴과 담요만 있다면 낭만 넘치는 날. 누구에게라도 편지 쓰고 싶은 날. 구세군의 종소리가 정겨운 날. 사랑하기 쉬운 날. 길거리에 아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날.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날. 무용해도 되는 날. 즐거움이 전염되는 날. 섬유유연제 향기가 옷을 포근하게 감싸는 날. 마음의 여백이 많아지는 날. 따뜻하기보다 추웠으면 하는 날. 산타의 목소리가 들리는 날. 살 빼지 않아도 되는 날. 돈을 아무리 써도 죄책감이 없는 날. 보람이 배가 되는 날. 평소엔 마시지도 않는 핫초코를 찾게 되는 날. 더 기분 좋게 취하는 날. 초록과 빨강이 유독 조화로워 보이는 날. 모든 것이 잇닿은 날. 진심이고 싶은 날. 밤이 더 밝은 날. 명랑함이 불편하지 않은 날. 경계를 허무는 날. 모든 사진이 필름 사진의 추억이 될 것 같은 날. 아이 얼굴에서 천사를 보는 날. 달콤쌉싸름한 향을 맡을 수 있는 날. 시간을 견딘 노래와 시간을 견딘 문화와 시간을 견딘 사랑이 만들어 낸 오색찬란한 날.
자, 이제 이 도드라 보이는 것들 뒤 흐려진 배경에도 눈길을 건네면, 진정 가장 충만한 크리스마스가 되겠지. 때로는 흐린 배경이 더 많은 말을 할 때가 있으니까.
한번 찾아볼까. “메리크리스마스” 인사가 닿지 않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