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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Apr 02. 2023

변기 위의 스티커

칼 마르크스

서점에 가면, 자기 개발서가 발에 차인다.

한국뿐 아니라, 외국서적도 넘쳐 난다.

'성공하는 법' '변화시키는 법' '이겨내는 법'  등등.

성공하거나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 놓는다.

종교인들은 자신들이 깨달은 바를 가르쳐준다.

최근엔, 50대에 경매를 시작해 매점알바를 하다 큰돈을 번 분의 책이 인기였다.

목사, 스님, 사이비까지 정말 지치지 않고 찍어 낸다.

그 돈으로 좋은 곳에서 참 잘 먹고 잘 산다.

문득 생각난 책은. 성자가 된 청소부다.

이 책은 제목을 바꿔 성공한 케이스다. (이게 핵심이다)


궁금한 건, 왜 끊임없이 책이 나오는 가다.

내 생각에, 아무리 읽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책과 비슷하다.

천 권을 읽는다고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운이 좋아야 번다.

아님 작전에 참여하던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교수가 주식투자 실패로 자살한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마르크스도 공장에서 노동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눈과 머리로 글을 쓴 거다.


난 공장에 다닌다.

이곳에 사람들은 여태껏 내가 만난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다.

거의 가난하고, 저학력이고, 지방출신이다.

거의 평생 몸으로 일하며 살아왔다.

그들은 목사나 스님, 철학자, 교수와는 다른 삶이다.

당연히 목사나 스님, 교수가 떠드는 말이 삶에 제대로 먹힐 수가 없다.

소귀에 경읽기가 아니라, 개소리다.

문제는 그 개소리를 답인 줄 알고 계속 구하러 다닌다는 어리석음이다.

그러니 저런 사람들이 쓴 책들이 계속 장사가 된다.


안타까운 얘긴데, 사람의 삶은 잘 변하지 않는다.

간혹 그게 가능한 케이스가 있다면, 대단히 운이 좋았던 거다.

특히 중년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끝이 정해져 있다.

공장 노동자가 가장 운이 좋은 케이스는 잘리지 않고, 아프지 않고 정년을 맞는 것이다.

사장이 가장 운이 좋은 케이스는 불나지 않고, 망하지 않고, 땅값이 오르고, 무사히 물려주는 것이다.

서로의 삶의 모양이 다르다.


유시민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 못 바꿔요.'


잔인하지만,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삶을 배워야 한다.

목사, 스님, 사이비의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세다.

(간혹 종교인이 산속에 들어가 입 다물고 자급자족하는 분이 있다. 이게 참 자세다. 최소한 눈높이를 맞추려는 태도다)

연단에서 마이크 쥐고, 고급 차 타고. 이런 사람들의 깨달음은 삶을 개선시키거나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프로레타리아 혁명이 실패한 것이다. 달라지고 싶은데, 나아지고 싶은데 구한 답이 엉뚱하다.

공산주의의 몰락이 이 경우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

좋은 대학 나온, 출세한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을 존경한다면, 당신은 이미 잘못된 길에 서 있는 것이다.

그들을 위해 뭔가 행동한다면?

그러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일론 머스크 그리고 사이비들이 떠드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그냥 화장실 변기 위에 붙어 있는 스티커 이상의 가치가 없다.

(사장님의 신념으로 보는 게 오히려 맞을 거다)


나 역시 지겹게 답을 구한 케이스다.

이제 53세가 되었는데, 이 지경이 됐는데, 세상과 인생을 전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보통사람을 위한 답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만약 지금 내가 원하는 걸 평생에 걸쳐 노력했다면, 난 충분히  가졌을 것이다.

경험을 통해 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자신을 믿지 말고 모르면 물어봐라.' 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자신의 분수를 잊을 때가 있다.

보통사람들에게 실수는 치명타를 입힌다. 회복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 나머지 인생은 끝난다. 평생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창피하다 생각지 말고, 물어봐라. 어차피 우리가 아는 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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