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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24. 2023

난 뽀로로였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아내가 물은 적이 있다.


'오래 살고 싶어?'

'ㅇㅇ. 사는 게 좋아.'

'정말? 가난한데?'

'ㅇㅇ.'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언제나 그래 왔듯 날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언제나 웃어 주었다.

내가 너무 철이 없어, 어이없어서 웃는 것일 수도 있다.

공장에 다니며, 하루 꼬박 8시간을 서서 일한다.

일이 서툴러 여기저기서 잔소리를 듣는다.

8시간 내내 긴장된 상태로 지내서 그런지 배로 피곤하다.

당연히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몇 시간 깨어있지 못하고 잠이 든다.

다음 날, 다시 일어나 공장에 간다.


평생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겨우 생명을 부지할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 하루를 다 바친다.

주말에도 피곤한 몸상태로 뭔가를 하기 쉽지 않다.

직장인들이 왜 불금이라고 하는지 알았다.

일요일은 쉬어야 일주일을 버틸 수 있다.

특히 육체노동은 그렇다.

나처럼 중년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난 '사는 게' 좋지 않다.

내가 사는 게 좋다고 말한 건 '노는 게 좋다'란 말이었다.

바로 뽀로로가 한 말이다.

문제는 난 어린애가 아니라 어른이란 사실이다.

만화 속 캐릭터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좋아하는 걸 하며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난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했다.

하지만 작가는 돈이 되지 않았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겨우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만 벌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나마 그런 일거리도 얻지 못한다.

영원히 뽀로로로 살고 싶은 소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솔직히 내 롤모델은 '우디 알랜'이었다.

대학 때 그의 희곡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을 읽고 큰 인상을 받았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큰 성공은 못해도,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뽀로로가 늙으면 우디 알랜이 됐을 거 같다.

노는 건 신나는 일이고, 사는 건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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