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클럽
작가를 하며, 하나 얻은 게 있다면 그건 자아성찰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재밌지?' '왜 재미없지?' '난 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등등
그럼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모두 좋아하는 '오징어게임'을 난 왜 별로인까?
'더 웨일' 같은 작품은 왜 몇 번이나 볼까?
난 왜 작가, 특히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 했을까?
이 질문은 정말 수도 없이 했다.
처음엔, 그냥 영화가 좋아서.
그 다음엔, 쉬워보여서.
또 그 다음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아직도 난 답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영화를 좋아했다.
아주 어렷을때부터.
그리고 혼자서도 영화관에 갔으니, 충분하다.
그런데, 왜 내가 성공하지 못했는지는 찾기가 더 어렵다.
게을렀나?
재능이 없나?
운이 없나?
문득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싸우는 걸 싫어한다.
사람들이 싸우는 것도 싫다.
특히 악다구니쓰는 건 질색이다.
내가 드라마를 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의 매회, 울거나 소리지른다.
누구를 흉보고, 욕하고, 음해한다.
(이걸 제일 잘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살아오면서 매사가 그랬던 거 같다.
싸움보단 회피를 했다.
주장하기 보단, 순응했다.
혼자 다 갖기보단, 나눴다.
그래도 죽지 않았다.
단지 배고플 뿐이었다.
이건 내 부모님의 성향과도 같다.
내 형제들도 그렇다.
근데 작가는 다르다.
작가는 여타의 직업과 다르다.
부속이 될 수 없다.
완성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비록 푼돈을 받더라도, 완성품이여야 한다.
난 치열하고 살지 못했다.
상대를 죽일 듯 싸우지 않았다.
세상을 운명을 죽일 듯 싸우지 않았다.
그러기엔 세상일이 가치없어 보였다.
그랬더니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