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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인비져블

by 히비스커스

난 공기가 되고 싶었다.

그땐 그게 무슨 감정인지 몰랐다.

보이지 않는데, 존재하는 그 무엇.

내가 원하던 게 바로 그거였다.

그래서 우주가 제일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우주엔 공기가 없으니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난 내가 너무 좋은데, 남이 보는 난 싫었던 거 같다.


하찮은 인간사

하찮지 않은 감정.


어느 시인인가, 소설가인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그렇구나. 시원한 바람이 좋았구나.

영화 '점퍼' 처럼 원하는 곳에 막 날아다니고 싶었구나.

그래서 친일했구나.

혼자 자유로워 지려고.


김영하 소설가도 이런 말을 했다.

'나를 만든 건 8할이 여행이다. 나는 여행가다.'

그래서 그의 글이 부유하는 구나.

둥둥둥.


나를 만든 건,

8할이 공기다.

공기 일 거 같다.

읽어도 전혀 느낌이 없고,

안 읽어도 그만이고,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구분도 안 되는.

가식인지 진실인지도 확실치 않는.

어떤 의미도, 아무 의미도 없는 그 무엇을 쓰고 있다.

되고 싶었으니까.


그래도 가장 소중한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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