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어제는 처형이 죽은 지 17년 되는 날이다.
처형은 시댁의 요구로 기독교납골장에 안치돼 있다.
아내와 나는 날을 잡고 가끔 간다.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로 사돈이 뭘 하는 지 아내는 모른다.
가끔 아이들만 찾아올 뿐이다.
그래서 아내는 따로 조촐하게 제삿상을 마련한다.
이유는 언니가 불쌍해서 라고 한다.
처형은 살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이유는 남편때문이었다.
처형은 은행원이었다. 남편도 같은 직장에서 만났다.
처형은 맡이 였는데, 듬직한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 거 같다.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했다.
문제는 이 남자가 도박병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혼하고 2년이 안되어서, 사직했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였다.
퇴직금은 도박빚으로 증발됐다.
그 후 처형은 4가족의 가장이 돼야 했다.
무직의 남편은 사업상 이유로 그 시절 최고가 자동차인 에쿠스를 뽑았다.
이 이후의 사건들은 보통의 도박병자와 비슷하다.
그러다 37살이란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려 죽었다.
아내와 난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17년이네. 빠르다.'
'응'
'당신이 17년을 더 살았는데, 좋았어?'
'응. 당신이 있었잖아.'
'또 있다.'
'뭐?'
'계엄을 봤잖아. 상상도 못했었는데. 그리고 그걸 2시간 만에 막았잖아.'
'맞다.'
난 내가 죽은 후, 17년을 잠깐 생각해 봤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고.
세월은 흐를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