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
집을 샀다.
경매로 사려고 몇년을 공부하고 찾아봤는데, 결국 매매로 샀다.
이래서 세상은 참 알 수 없는 거 같다.
애초에 난 투기, 투자 목적으로 경매를 공부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쉽게 집을 사지 못했다.
내가 사려는 물건은 한정돼 있었다.
아파트 제외, 도심 제외, 구축제외 등등.
그렇게 찾은 몇몇 물건에 입찰을 했지만, 모두 낙찰받지 못했다.
인기 없는 물건도, 낮은 가격엔 살 수 없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떨어졌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지만, 정작 사려고 하면 꼭 그렇진 않다.
일단, 내가 산 건 빌라다.
단독동. 쉽게 말해 딱 건물 한채만 홀로 우뚝 서 있단 얘기다.
경매하는 사람들이 절대 사지 말라는 물건이 이런 거다.
그게 도심도 아니고, 논밭 사이에 있다. 하하하
원래 사려던 물건은, 양평의 용문역 근처였다.
4개동이 있는 빌라단지였다.
산책길도 있고, 용문역도 가까웠다.
4채가 나왔길래, 내 것 하나는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입찰하고 보니, 그 동네 부동산업자가 다 가져갔다.
물론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왜 저 가격에 살까? 의문이 들었다. 당연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지금 그 빌라가 또 나왔다.
그 부동산 업자가 산 가격보다 싸다. (왜 이번엔 안 들어왔을까? 돈이 떨어졌나?)
층수도 더 좋은데, 얼마에 낙찰될지 궁금하다.
이사를 하려니, 이것저것 돈 들어가는 곳이 많다.
부동산소개비, 이사비, 도배 등등.
왔다갔다 교통비, 외식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난 이번에 꼭 집을 구매해야 했다.
이건 절대명제다.
아내를 설득해, 입주청소를 간신히 막았다.
'내가 할게'
우린 그렇게 도구를 챙겨 이사갈 집으로 갔다.
깨끗해 보였는데, 막상 청소를 하니 만만치 않았다.
'입주청소 비용이 얼마쯤 해?'
내가 물었다.
'30만원쯤?'
'우리 둘 인건비가 15만원은 나오겠다. 삭신이 쑤신다'
아내와 난 대충 청소를 했다.
쓸고 닦고, 문지르고.
아내가 한 곳은 좀 나은데, 내가 한 곳은 안한 듯 한 듯 했다.
오는 길에, 이런 얘길 나눴다.
'우리가 말이야, 지금 보다 더 늙고 더 힘들어지면 이런 일을 해야 겠지?. 그럼 저녁에 온몸에 파스 붙이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 일을 나가겠지? '
내가 말했다.
아내가 날 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힘들다. 조용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