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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환각제다

고시원 남자

by 히비스커스

오늘도 악몽을 꿨다.

아마도 자기 전 본 유튜브 동영상때문일 것이다.

영상 속 남자는 68세로 고시원에 살고 있다.

2~3평 정도 원룸인데, 많이 낡았다.

방세가 30만원 가까이 한다고 한다.

타워펠리스보다 고시원이 비싸단 다큐를 본 적 있다.

그는 거의 평생을 막노동으로 먹고 살았다고 한다.

고령인데도 아직 짱짱한 몸을 갖고 있다.

그가 내뱉는 삶의 철학이 생각보다 깊다.


그는 임금을 받지 못해, 사채를 썼다고 한다.

650만원을 빌렸는데, 이자가 350만원 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죽어라 일을 했는데, 돈을 못받고

겨우 받은 돈을 남의 주머니에 넣어준다는 현실이다.

악순환이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뭐 행복의 정의는 각자 다른 거니까.

그는 뼛속까지 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평생 가난과 멸시 속에 살다보면 인정하지 않으려 해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세상은 돈으로 돌아가고, 그 돈을 자본가가 준다.

노동자가 죽어라 모아도, 실수 한 번으로 다 날아간다.

아님 병치레로 사라지거나.


차별을 인정하면, 행복해 질까?

어차피 가질 수 없다고 체념하면, 욕망이 안 생길까?

난 아직도 그게 안 되는 걸까?


문득, 정치가 최고의 위로란 생각을 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정치란 마치 마약같은 환각제 일지도 모른다.

아주 잠시, 마치 내가 뭐라도 되는 냥 소리지를 수 있게 된다.

아주 잠시, 마치 내가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는 냥 으슥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잠시, 마치 내가 아주 근사한 사람인냥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민주주의가 제일 좋은 점이 바로 이거다.

그 차별을 아주 잠시 잊게 해준다.

택시기사, 시장상인, 노숙자, 백수, 은퇴자

전 국민이 행복각성제를 투약하게 된다.

더 강한 약을 파는 놈이 유리한 게임이다.

돈도 안 받고 무차별적으로 약을 던진다.

그럼 가난한 이들은 두 팔을 벌리고 마치 은총을 받듯

온 몸으로 마약을 빨아들인다.

너무 좋아 몸서리 친다. 환각에 사지를 부르르 떤다.

이 얼마나 대단한 효과인가.


그리스는 알았을까?

민주주의의 이런 놀라운 부수효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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