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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무 의미없다.

목표

by 히비스커스

삶은 아무 의미없다.

이 말이 다가오는데, 40년 쯤 걸렸다.

어렸을 적엔, 뭔가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

그 일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뭐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알아서 tv에서 보여주었다.

요트를 타고 다니는 재벌, 결승전에서 승리하는 프로선수

모두를 무릎 꿇리는 조폭두목, 왕자, 공주와 결혼하는 사람.

요즘은 전 세계 투어하는 아이돌?

할아버지가 흥얼거리던 노래를 조금 고쳐 세계적 히트로 때돈을 벌기도 하니까.


이런 일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일단 노력을 안 한다.

꿈만 꾼다.

이유는 다 알다시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안다해도, 진행하지 못한다.

엄청나게 많은 저항들이 가로막는다.

그러다 깨닫는다.

저게 무슨 의미지?

(사실 궁극적으론 근사한 배우자를 얻고 싶은 마음으로 귀결된다)


왜 돈에 매달리냐면, 삶이 아무 의미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존밖에 남는 게 없다.

생존하려면, 노동을 하던가 돈이 있어야 한다.

늙어 일할 힘이 없어지면, 직장을 잃으면 남는 건 돈밖에 없다.

이걸 일찍이 알게 되니, 투자 아닌 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럼 남는 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목표밖에 없다.

돈은 인간이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이자 약속이다.

돈은 실상 노동력이다.

돈 만큼 노동력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의미없다.


이재명은 일을 하고, 윤석렬은 술을 마셨다.

똑같은 자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먹었으면서, 왜 법을 어겨서까지 계속 하고 싶었을까?

그냥 집에서 그렇게 살면 되는데(돈도 있으면서)

당연히 누가 시킨거다.

본인이 원하던 건 따로 있다. 자신도 알고 남도 안다.

그는 요즘 거적같이 입고 휘적휘적 배회한다.

할 일도 갈 곳도 없다.

그래서 삶은 아무 의미없다.

시키는 대로, 비슷한 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오직 칭찬받으려고, 욕 먹지 않으려고.

그 결과가 지금 모습이다.


이 나이에 생각하니, 삶은 의미없지 않다.

당연히 먹어야 산다는 걸 알지만,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단 것도 안다.

시간도 여유도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단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게 없다면, 아무 것도 없단 것도 깨닫게 된다.


남 상관없이 내가 정한 목표.

내가 생존하는 이유.

남하고 상관없는, 오직 나만의 목표.

(제발 자식 잘 되는 게 목표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석렬이 계속 배출되는 건 악몽이다)

비극은, 자신의 아주 작은 목표조차

죽을 때까지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너무 작거나, 보잘 것 없어 보이거나

하찮아서, 해봤자 별 거 없을 거 같아서.

그게 의미인 걸 모르고.

그것 밖엔 없다는 걸 모르고.


삶은 내가 정한 그리고 노력하고 이룬 그 작은 목표다.

어쩌면 이재명이 죽어라고 일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과 달리 다만 우리 눈에 너무 크고 근사해 보일 뿐이다.


'저 일은 하면, 하는 사람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고 근사한 배우자가 생길거야'


그럼 다시 의미 없어지고, 윤석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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