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근

첫날

by 히비스커스

3일 만에 청소기 as회사를 관두고 다시 일자리를 알아봤다.

손 놓고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역시나 일자리 구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몇 시간을 뒤져도 내가 할 만한, 잘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설거지, 빌딩청소, 서빙 등등.

근처에 있는 *마트의 하역일에 지원했다. 시급이 최저 수준이라 희망을 가졌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경쟁률은 5대 1쯤 되었다. 어쩌면 10대 1이었는지 모른다.

지원자를 보니, 2030 세대가 다수고 학력은 중졸부터 석사까지 있었다.

가장 지원자가 많은 층은 40대 고졸이었다.


솔직히 난 오랜 글쓰기로 손가락과 손목 상태가 형편없었다.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작가치고 체력이 뛰어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비만이거나, 저체중이 많다.

이 와중에,

직장에 채용된 건 행운이었다.

원서를 넣은 그날 바로 연락이 왔다.

거리도 이전 직장보다 가까웠다.

규모도 비슷했다.

임금은 조금 작았지만, 다른 조건들이 충분히 상쇄할 만했다.


면접을 볼 때, 인사담당자는 저임금임을 누차 강조했다.

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이력서에 내 경력을 솔직히 공개했다.


'평생 글만 썼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팔다리만 멀쩡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입니다.'

'아. 네.'

'혹시 실업급여 때문은 아니죠?'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난 무슨 말인지 모르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후 안 사실이지만, 6개월만 다니다 그만두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 거 같았다.

그는 장기근무를 원한다고 얘기했다.

장기근무를 하기 위해선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체생활이란 게 다 비슷하다.

군대나 학교나 직장이나.

일도 일이지만, 결국엔 인간관계다.

특히 신입에게 적응은 난관 중에 난관이다.

아마 불변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난 공장식당에서 면접을 보고, 바로 합격했다.

목요일이었는데, 다음날부터 출근할 수 있냐고 물었다.

왠지 두려워져서 월요일부터 출근하겠다고 답했다.


출근날.

공장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인사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니, 시간을 잘못 알려줬다는 답이 돌아왔다.

난 그 후 30분을 아무도 없는 식당에 앉아 있었다.

차가운 의자에 앉아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 추워?'

'괜찮아.'

'첫날부터 너무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텐데 뭐.'


출근할 때, 아내가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줬다.

나도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내는 울었다고 한다.

바보같이.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울긴 왜 울어.

돈 벌러 가는 거잖아.

아내에게 난 그런 존재다.

자신이 허드렛일을 하면 했지, 내가 하는 건 싫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하면 했지, 아내가 하는 건 싫다.


첫날이라 그런지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23살 청년한테 대충의 업무내용을 들었다.

나무 팔레트 위에 전자제품 상자를 탑처럼 쌓은 후, 랩으로 감는 일이었다.

랩으로 칭칭 감은 후, 수동 지게(자키)를 이용해 건물 밖으로 옮기면 됐다.

순서를 지키고, 단단히 싸면 되는 일이었다.


근로자들 대부분이 중년의 여성분이었다.

남자의 비율은 30프로 정도 되는 거 같았다.

그러니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51살 5년 차 남자에게 들으니, 냉장고를 70대 정도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땐, 정말 힘들다고 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여기 남자들 중 내가 제일 연장자라고 했다.

솔직히 창피했다.


화장실에 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대학 나와 평생 한 가지 일만 매진한 결과가 공장 알바다.

기막히고, 초라하고 , 비참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을 모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평생을 바친 일에서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나를 괴롭혔다.

중년이 되어 갓 스물을 넘은 청년에게 일을 배우고 있다.

박스를 만들고, 손잡이를 끼우고, 전선을 연결한다.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청소한다.

이것이 내가 한 일이다.


계약서를 쓰며 정년을 물어봤다.

본사 직원은 60세라고 했다.

그럼 난 앞으로 8년은 더 다닐 수 있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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