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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Jan 29. 2023

엄마의 다이아몬드

돌멩이

난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일본만화 '좋은 사람'에 나오는 키타노 유지처럼.


나는 어머니와 상당히 비슷하다.

내 생각에, 싱크로율이 90프로는 되지 않을까 싶다.

아내 역시 나와 어머니가 외모부터 아주 비슷하다고 말하곤 했다.

사실 아내는 시어머니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내와 연애할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눈이 아주 많이 오던 날이었다.

다행히 아내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들었다.

휴대폰 통화가 되지 않아 집으로 전화를 했을 때, 어머니가 받으신 거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도도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어머니 사진을 보더니 예상과 다르다며 조금 놀라는 표정이었다.


어머니는 거의 평생을 신경통약을 드셨다.

태어날 때부터 약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면, 몸이 약해 백 미터 달리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닌 부유하진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아 곱게 살아오셨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할 때, 축하 선물로 명동에서 구두를 맞추셨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셨다. 

학교에서 시골학교 선생님을 권유했는데, 외할아버님이 여자는 강을 건너 한강이남으로 가면 안 된다고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 후 어머니는 전매청, 지금의 kt&g에 입사하셨다. 

직장생활을 하시다 아버지와 결혼하셨다.


결혼 후, 어머니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형편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버님이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 후, 어머니는 홀로 시어머니와 우리 4남매를 기르셨다. 

여러 장사를 하셨지만, 모두 신통치 않았다. 

평생 몸도 마음도 힘들게 사셨다. 

어머닌 모진 사람이 아니었다. 여리고 눈물이 많으셨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할 줄 모르셨다. 

나도 자라며 한 번도 욕이나 거친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딱 한 번 회초리를 맞은 적이 있었다. 

심부름을 하고 받은 돈을 내 맘대로 썼을 때였다. 

난 큰 아버지가 준 돈으로 할머니와 어머니를 위해 붕어빵을 사 왔다. 

걸어오며 그 고소한 냄새에 군침을 흘렸지만, 단 하나도 먹지 않았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드니, 엄마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 같기고 하다.

다만 나와 엄마의 차이는, 난 욕심이 많고 어리석다는 점이다.

그러니 실수가 더 많다.


엄마는 사람을, 세상을 잘 믿으신 거 같다.

난 안 그런데, 더 잘 속는다.

누가 더 나은 걸까?


엄마는 날 위해, 수십 년 전에 백화점에서 다이아몬드를 사셨다.

신문에 끼워져 오던 전단지를 보고 가셨다 한다.

40~50년 전의 일이다.

그 백화점은 지금도 운영된다. 다만 이름이 바뀌었을 뿐.

엄마는 그곳에서 백만 원 가까이 주고 미래의 며느리에게 줄 보석을 사셨다.

자신이 죽어도, 며느리에게 마음을 줄 수 있는.

엄마는 그 다이아몬드를 내게 보여주면서 뿌듯해하셨다.


'아내 될 사람에게 주어라'


난 보증서와 함께 다이아몬드를 받았다.

작년인가 생활비가 부족해 집안의 금을 모아 팔았다.

차마 엄마가 주신 다이아몬드는 팔 수 없었다.

궁금해서 가격만 문의해 보았다.

기가 막힌 답이 돌아왔다.

보증서를 쓴 회사가 망해서 값을 쳐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리엔트 뭐라고 하는데,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디 가서도 같은 대답을 들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엄마는 유리 돌멩이를 그때 돈 백만 원을 주고 사신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삼백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엄마나 나나 바보다.

속고 또 속는다.

이유는 하나다. 싸고 좋은 걸 찾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런 건 없다.

물건은 다 자기의 값이 있다.

어떤 장사꾼도 버릴 물건이 아닌 이상, 제 값 이하로 팔지 않는다.

 

사람, 직장도 마찬가지다.

나한테 싸구려 친절을 베푸는 사람, 직장은

백화점에서 특가 찬스로 파는 다이아몬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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