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아내는 4남매 중에 둘째다.
원래 둘째들은 가장 사랑과 관심을 덜 받는다고 한다.
이건 개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이호선 상담가가 하는 말을 들었다)
장모는 가난한 시골출신으로 또 다른 시골출신 장인을 만났다.
가진 건 없는데 족보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런 집안이었다.
(솔직히 난 그 족보도 믿지 않는다)
아무튼 그걸 신주단지처럼 애지중지 하는 분이었다.
손이 귀해, 장인도 딱 남매뿐이었다.
그런 집에 시집와 아들을 낳은 건 명령이자 임무였다.
딸딸딸.
셋째 딸을 낳았을때는 친척집에 주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 드디어 아들이 낳았다.
그 기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었겠는가?
쥐뿔도 없는 집에서 쫓겨난다면, 거의 죽음과 같은 일일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아내와 자매들은 컸다.
근데 첫째딸은 첫째라 애착이 갔다고 한다.
성격도 있고, 게으르고.
셋째는 성격이 있고, 좀 약하다.
그러니 건들기가 부담스럽다.
며느리는 쳐다보기도 좀 어려운 집안이고 성격이다.
그러니 장모가 화풀이 할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둘째.
그 동안 받은 시어머니의 괄시.
며느리에 대한 섭섭함.
그냥 하고 싶은 우월감.
그걸 아내 혼자 다 받아낸다.
거기다 잘 살지도 못하니....
물론 잘 산다는 기준은 당연히 돈이다.
한번은 이런 말을 했다.
남들은 서울에 아파트도 잘 사더라.
자신 조차 살던 집을 재개발해 아들한테 줘 놓고
(대출의 상당수도 갚아줬으면서)
우리보곤 한 푼 안 줬으면서, 알아서 서울에 아파트를 왜 못사냐는 투다.
아내는 친정에 갔다오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가끔 울기도 한다.
그래도 뭐가 부족하고 원통한지
계속 간다.
그리고 열에 한두번은 상처받고 온다.
상처 안 받은 날은, 장모가 아주 기분이 좋은 날이라
감정쓰레기통이 필요치 않는
관대함에 기인한다.
물론 장모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이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녀가 딸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사용한다는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내는 운명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진정한 자유는 부모가 죽어야 시작되는 거 같아.
이건 나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