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으면 모두 평등해 진다.

노벨경제학상

by 히비스커스

50넘은 은퇴자들이 얻을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

극소수의 한정된 능력자 말고는 모두 최저시급을 받는, 노동일뿐이다.

이는 조정진 작가의 '임계장'이란 책에 잘 나와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 말이다. (이 작가는 유명해진 이후,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

'고 다 자'란 말도 있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운 사람.

고 이순자 작가의 '실버 취준생 분투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난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면, 50대 중반의 전직 기자의 노가다? 체험기가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다.

높은 보수에 아주 만족스럽단 내용이다. (매일 소주 두 병을 마신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매일 술을 마신다. 물론 이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브런치에도 대기업 상무에서 전화상담원이 된 여성분 이야기가 늘 상위에 올라있다.


50이 넘으면, 학벌, 경력이 다 무용지물이 된다.

대학을 나왔던, 초등학교를 나왔던 다 똑같다.

대기업을 다녔던, 건설현장 일용직이던 다 똑같다.

이력서 자체가 의미 없다.

그저 몸뚱이만 남는다.

그게 대한민국 중년 이후의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평등이 이뤄지는 것이다.

드디어 그 공고하던 학벌의 벽이 무너진다.

구직하는 모든 이들이 똑같이 이 사회의 바닥으로 전락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 평등 구현인가?

국가가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대한민국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아야 한다.


지금의 공장일을 얻기 전에, 한참 구직사이트를 돌아다닌 적이 있다.

집 근처 물류센터에 자리가 하나 났다.

냉큼 지원을 했는데,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중졸부터 석사까지, 30대에서 50대까지.

난 결국 탈락했다.

누가 됐는지는 모른다.

아마 제일 젊고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이 됐을 거라 추측해 본다.


답은 50까지 일해서 돈을 살뜰히 모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이 사회의 밑바닥에 떨어지지 않는다.

재테크를 하던, 뭐를 하던 그 돈을 불려 은퇴 후 아끼며 사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일찍 장사나 사업을 시작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게 낫다.

자식한테 돈을 쓰는 건, 카지노에 가서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같은 짓이다.

할 수 있는 만큼만 교육, 양육하는 것이다.

무리한 교육열이 혹시 자신의 욕심이 아닌가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0대는 한창 일할 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갈 데가 없다.

할 일도 없다.


아님, 나처럼 공장에 나가 최저시급을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는 수밖에는.

난 평생 좋아하는 글을 썼다.

도둑맞기도 하고, 강제로 뺏기기도 했고 엎어져 안타깝게 빛을 보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겐 행복하고 꿈결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벌을 기꺼이 받고 있다.

괜찮다.


'쇼생크 탈출' 이란 영화를 보면 주인공 '앤디'가 좁은 독방에 갇힌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독방 안에 빛이 들어온다.

힘들지 않았냐는 동료죄수의 질문에 앤디는 이렇게 대답한다.


'모차르트를 들었어요.'

'가슴과 머리에 들어 있는 건,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요.'


정확한 대사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머릿속으로 오페라의 장면을 떠올렸던 거 같다.

고난도의 유체이탈이라고 해야 하나?

나 역시 글 쓴 시간과, 행복했던 수많은 장면들을 가슴과 머리로 기억한다.

힘들 때마다 그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의 의미와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