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이 모르겠다. 나의 패션 이야기

처음 카메라 앞에 서다 ― 스트릿 스냅의 두려움과 설렘

by fafilife

회사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정해진 복장 규칙이 있었고, 사소한 옷차림 하나에도 간섭이 따랐다.

내가 지향하는 자유로운 스타일은 언제나 억눌려 있었고,

결국 나는 회사에 맞추기 위해 무난한 옷을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2023년 첫 패션위크에 갈 때,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회사에는 깔끔한 옷을 입고 가되, 가방 속에는 패션위크에서 입을 옷을 따로 챙긴 것.

업무가 끝나자마자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블루와 블랙의 조합으로 무장한 채 현장으로 향했다.


내부 티켓이 없어 런웨이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야외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웠다.

그리고 그 순간,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의 카메라에 내가 담긴 것이다.


처음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모델 경험도, 길거리 스냅 경험도 전혀 없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설렘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방송에 찍히는 걸 좋아했기에,
언젠가 이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셔터가 눌리고, 화면 속의 나를 보았을 때 기분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늘 눌려 있던 내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옷으로 내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그 안에 있었다.

그 몇 장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날들이 쌓여서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기회를 완전히 붙잡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많은 순간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으로 흘려보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의 경험이 내 마음속 깊이 각인되어

지금도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돈을 벌 수 있지만, 꿈을 이룰 수는 없다.
패션은 돈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는 적어도 내가 나일 수 있다.

그 깨달음이 바로, 패션위크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묻고 싶다.

당신에게도 회사를 벗어나, 진짜 자신을 보여줄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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