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외에도 생각이 많은 날
요즘 들어 패션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생각이 많은 날이다.
패션은 언제나 ‘나’와 ‘타인’ 사이의 딜레마 속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을 것인가,
아니면 타인이 만족할 옷을 선택할 것인가.
그 두 가지 사이에서 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보수적인 조직 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영업직이라면 슈트를 입어야 하고,
그 안에서도 색감, 핏, 넥타이의 형태까지 기준이 정해져 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결국은
‘깔끔하게 보여야 한다’는 규범이 모든 걸 지배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잘 다려진 셔츠, 부드러운 핏의 바지, 반듯한 로퍼.
이런 스타일이 ‘성실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든다.
결국 첫인상은 옷에서 시작되니,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보여지는 옷’을 택한다.
하지만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좋아하는 패션과 일로서의 패션은 완전히 다르다.
좋아하는 건 자유롭지만,
직업으로서의 패션은 끝없는 책임과 수치의 싸움이다.
특히 판매직은 단순히 옷을 파는 일이 아니다.
‘서 있는 일’이자 ‘영업의 일’이다.
판매 실적, 고객 만족, 피드백까지
항상 압박 속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유니클로의 시스템이 인상 깊었다.
유니클로 매장은 ‘직원이 고객에게 다가가는 구조’가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다가오는 구조’다.
책 유니클로 1승 9패에서 읽었듯,
이 시스템은 미국의 LP 가게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고객이 점원에게 자유롭게 묻고,
점원도 부담 없이 답할 수 있는 구조.
그 안에서 서로의 리듬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신뢰가 쌓이는 방식이었다.
결국 패션을 좋아하는 것과
패션으로 일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고,
버티는 마음만으로는 오래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 번쯤은 직접 부딪혀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경험이 쌓여
언젠가는 ‘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힘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