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글을 쓰고 있었구나...
거인의 기록이라는 책을 쓴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기록하는 것이 내 DNA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인지 10대에는 일기를 쓰고 20대에는 다이어리에 일정과 함께 메모를 기록하고 30대부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계속 끄적거리고 있었다. 지금도 표지가 삭아서 가죽이 너덜너덜해지고 볼펜으로 쓴 글씨가 번져서 알아볼 수 없는 수첩들을 이상하게 버릴 수가 없어서 이사를 갈 때마다 이고 지고 챙겨 다니는 아날로그 시대를 지내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그렇게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
온라인 캘린더에도 기록을 시작한 때부터의 일정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10년 전 오늘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나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고 SNS라는 것이 생겨난 이후 싸이월드, 프리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상에 일상을 일기처럼 박아놓고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나의 책을 써서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계속하고 있었다. 그 책의 주제가 무엇이 될지도 모르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만든 적도 있다. 딸아이를 배고 적었던 임신 일기를 모아서 20권 정도 책을 만들어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제목은
"무럭이와 삐순이"
아이에게 지어주었던 두 개의 태명을 나란히 제목으로 나열했는데 지금 보면 소설 제목 같기도 하고 만화 제목 같기도 한 이 책은 맺음말까지 약 250페이지짜리 문고판 사이즈로 내 책장에 나머지 3권이 꽂혀 있다.
여행기를 쓰고 싶었던 적도 있다. 그래서 Volo라는 여행 기록 앱에 찍은 사진과 함께 여정을 차곡차곡 모아놓았는데 어느 날 이 앱이 싸이월드처럼 접속 불가, 기능 정지가 되어 그동안 써 놓은 것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여 나의 의지를 한풀 꺾어놓았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둔 어느 날, 잠들어 있던 작가로서의 욕막이 스멀스멀 살아나며 다시 책을 쓰겠다는 열의를 가지고 컴퓨터를 열어 두 권을 동시에 시작했다. 워낙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책도 하나만 온전히 몰입해서 쓰지 못할 듯하여 아얘 두 권을 같이 시작해 보자 호기를 부렸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하나라도 제대로 끝낸다면 나를 크게 칭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쓰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 찾아본 자료들, 공부한 내용들... 그렇게 작가가 되어가는 일상을 기록하는 곳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거기에서도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