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4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최고 경영자 과정 (Culture and Art Program for CEO)을 마친 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가 17기였는데 지금 25기가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 정확히는 8년이다. 그 인연은 매년 두 번씩 수업시간에 동문을 초대하는 오픈 클래스와 동문 초청 공연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픈클래스는 한예종 CAP 동문으로서 다시 그 공간을 찾고, 같은 감각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호흡을 나누며, 예술이라는 언어로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라서 나는 이 자리를 거의 빠지지 않고 찾고 있다.
올해 1학기 오픈클래스의 주제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이었다. 강의와 연주는 김대진 전 한예종 총장님이 맡아주셨는데 살면서 슈베르트가 베토벤을 얼마나 깊이 동경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정규 음악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해 작곡 테크닉 면에서는 한계를 지적받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즉흥곡 각각을 하나의 회화 이미지와 연결해 해석하는 방식까지—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흐름이 균형 있게 이어지는 강의였다.
하지만 이날의 백미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재발견’이었다. 4년간 무대를 떠나 있었다는 그의 말은 의외였다.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연주자가 다시 무대로 돌아오기 위해 스스로의 기량을 다듬고 있다는 사실. 그 담담한 고백 속에서 오히려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우리는 흔히 완성된 존재를 동경하지만, 그 완성 뒤에 있는 반복과 노력, 그리고 다시 시작하려는 태도는 좀처럼 보지 못한다. 그날 나는 그 ‘보이지 않던 시간’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연주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4곡은 제목 그대로 ‘즉흥’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치밀하면서도 자유로웠다. 선율은 흐르듯 이어졌고, 감정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깊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났을 때, 이미 충분히 충만했던 그 공간에 그는 다시 앙코르를 얹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전악장.
그리고 바흐의 칸타타.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공기는 점점 더 깊어졌다.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통째로 경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한 때 피아노를 전공할까 생각했던 나로서는 소싯적에 연습했던 곡들을 들으며 콩쿠르 무대에 올랐던 기억도 떠오르고 연습실에서 손가락을 건반 위에 굴려가던 기억도 떠올라 그 시간이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하나의 긴 여운이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 다시 연습하고 있는가.’ 어쩌면 이날의 오픈클래스는 음악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