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솔로 여행

2007년 바르셀로나 자동차 여행

by HWP

2007년 11월, 프랑스 회사에 채용이 되면서 한 달 동안 프랑스 남서부 Toulouse 근처의 작은 도시인 Lavaur에 머물며 연수와 교육을 받으면서 4번의 주말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대중교통 없는 프랑스 서남부 시골마을에 머물며 근처 회사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다 보니 연수기간 동안 차량은 필수였고 당시 프랑스에는 자동변속 렌터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저는 수동 변속기를 면허 시험 이후로 한 번도 운전해 본 적이 없어서 결국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공수해 와야 했습니다. 그 덕분에 퇴근 후나 주말에 근처 도시들로 여행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 주말에는 조금 용기를 내서 국경을 넘어 바르셀로나까지 로드 트립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지도에서 보듯 라보르에서 출발해서 남쪽으로 쭉 지중해까지 내려간 다음 바다를 왼쪽에 두고 달리다 보면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게 되는데 거리는 약 300km이니 시속 100km로 계속 달리면 3시간이면 도착하는 서울-대구 정도의 거리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스크린샷(125).png 라보르부터 바르셀로나까지의 고속도로 지도

90년대에 했던 배낭여행부터 시작해서 프랑스에 살던 3년을 포함해 유럽의 여러 나라를 비행기나 기차, 또는 단체여행 버스로 국경 넘어 여행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내가 운전하는 차로 국경을 넘는 경험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DSC05283.JPG 프랑스 마지막 휴게소 Relais Pyramid le Perthus

이 사진은 국격을 넘으면서 발견한 인상적인 장면을 찍은 것인데 사진에 있는 건물에 이름이 적혀있어서 구글 지도로 검색해 찾아보니 그 당시 국경과 세관이 있던 곳에 있는 휴게소인데 지금도 그대로 있지만 아래 사진과 같은 국경과 세관 시설은 없어지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만 보이더라고요. 이때만 해도 유럽국가 간에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을 검사하고 세관 신고를 했던 것을 사진에서 알 수 있네요. 요즘은 국경에 서 있는 표지판만이 나라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20세기 초만 해도 국경이 있었네요.

DSC05285.JPG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 국경 및 세관

국경을 지나서 약 30분만 달리면 Figueres라는 도시에 있는 달리 극장 - 박물관에 도착하게 되고 이곳이 저의 첫 번째 목적지였습니다. 19세기에 지어진 극장 건물을 달리가 직접 디자인해서 본인의 미술관으로 바꾼 곳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이 박물관은 내부에 전시된 작품뿐 아니라 건물 자체가 달리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https://maps.app.goo.gl/rbXysTJPPzbKMfK98

이 여행기는 최종 목적지인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이 박물관에 대한 내용은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하기로 할게요. 참고로 2023년 스페인 여행에서 다시 한번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20년 전 방문 한 기억이 나서 피구레스까지 왕복할 시간 동안 바르셀로나를 좀 더 즐기는 선택하는 바람에 두 번째 방문은 무산되었지만 20년 전과 비교해서 변한 게 없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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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Theater - Museum

달리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기 위해 다시 2시간을 달려 숙소인 B Hotel에 도착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스페인광장 (로마의 스페인광장이 아님 ^^) 근처에 있는데 92년 황영조선수의 마라톤 우승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몬주익 언덕과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2023년 다시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 묵은 호텔도 바로 이 근처였는데 전혀 몰랐네요. 이 여행기를 쓰면서 지도로 다시 검색해 보고 알았다면 가봤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시에는 나름 새로 문을 연 따끈따끈한 부티크 호텔이어서 룸이나 카페테리아, 엘리베이터, 복도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유럽의 오래된 호텔과 상당히 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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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Hotel 이모저모

대학생 때 유레일패스를 가지고 유럽 전역을 여행할 때 바르셀로나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에서 도둑을 맞아서 그 당시 마르세이유와 바르셀로나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이 도시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여행지로 선정했는데 사실 가우디 작품들 왜에는 딱히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첫날은 호텔에서 나와 발길 닿는 데로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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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a-reial-barcelona-8278.jpg 가우디의 가로등

그때는 그냥 걷다가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에 유명한 가우디의 가로등이 있네요. 1878년 바르셀로나 시정부의 가로등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인데 제작비에 비해 정부가 지급한 비용이 너무 터무니없이 적어서 결국 2개만 만들고 더 이상 제작하지 않았다는 작품입니다. 헤르메스의 투구와 지팡이 모티브가 쓰였고 6개나 되는 가스등 전구가 있다 보니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유지비가 너무 비싸기도 했다고 하네요. 2023년에 다시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찾아보고 싶었는데 동선에서 벗어나서 보지 못했는데 20년 전 사진에서 레알광장의 가로등 사진을 찾게 되다니... 2007년 당시에는 이 작품의 의미를 몰랐는데 레알광장을 지나다가 무심코 찍은 사진에 찍힌걸 보니 보는 눈이 있었나 봐요^^


첫날은 레알광장 근처에서 쇼핑하고 지나다가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빠에야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쇼핑 목록은 그때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았던 자라에서 딸아이 옷을 잔뜩 샀고, 스페인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쿠스토에서 제 티셔츠를 하나 샀어요. 혼자 여행할 때의 가장 안 좋은 점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지 못한다는 거 같아요. 이거 저거 시켜서 먹어보고 싶어도 다 못 먹을게 확실하니 결국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저 때 먹은 빠에야 맛은 잊을 수가 없어요. 본토의 맛은 역시 다르더군요. 사진을 보니 맥주와 함께 먹었던 거 같은데 스페인산 와인을 마실걸 그랬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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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가우디 투어였습니다. 구엘공원은 동선상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까사 바트요, 까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돌아보는 코스를 짰습니다. 까사 바트요와 까사 밀라는 내부까지 들어가서 시간을 한참 보냈어요. 정말 디테일 하나하나가 얼마나 놀라웠던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장면 하나하나가 전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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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바트요 뒷면과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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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바트요 정면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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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밀라 내부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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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밀라 외관, 지붕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배경으로 (feat. 전날 쇼핑한 CUSTO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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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외관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사진이 없는 걸로 봐서 그때는 안에 들어갈 생각을 안 했던 거 같아요. 미완성 상태의 파사드와 지붕 공사 크레인들이 잔뜩 보이는 사진들만 있네요. 최근 다시 방문했을 때 내부에 들어가 보았는데 사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백미는 산만큼 높은 첨탑이나 정교한 조각이 된 파사드가 아닌 성당 내부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보기 전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동이죠.

20230721_122158.jpg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스테인드글라스 (2023년 촬영)

제가 보통 여행을 할 때 매끼 사진을 꼭 찍는데 이 여행의 음식사진은 저 빠에야 사진이 유일하네요. 어디서 뭘 먹고 다닌 걸까요? ^^


주말여행을 마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은 일부러 해변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11월이라 바다에 들어가기는 추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지중해를 보면서 달리는 느낌이라도 가져보고 싶었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아래 사진에 요트도 하나 걸려서 찍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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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 했던 첫 번째 여행에 대한 추억팔이는 마무리합니다. 다음 여행기는 무엇을 올릴지 지금부터 고민에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