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닌 출장이지만...

20년 전 가 본 프로방스

by HWP

세 번째 여행기를 쓰려고 클라우드에 저장된 100개가 넘는 사진 폴더를 보며 고민을 많이 하다가 여름에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여행을 골랐습니다. 바로 프로방스 여행입니다. 2006년 당시 국내 1위 화장품 회사 광고부에서 프리스티지 사업부의 브랜드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제 담당이 아니었던 브랜드가 기획한 프로방스 광고촬영에 프로젝트 담당으로 차출되어 함께 로케이션을 가게 되면서 꿈의 여행지 프로방스를 갈 수 있었죠.


이 여행기를 쓰기 전부터도 제가 이 여행의 자세한 일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가 당시 포토그래퍼가 찍은 사진들을 소장하고 있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었는데 여행기를 쓰려다 보니 더 그렇네요. 제가 기획한 여행이 아니고 출장인 데다가 광고주로 따라만 다니다 보니 당시 여행 루트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더 아쉬운 것은 그 당시 싸이월드가 유행이라 다녀오자마자 같이 갔던 사람들이 미니홈피를 통해 여행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많이 공유했었는데 지금 그 자료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온라인에 남긴 여행기의 한계이자 단점을 보완하고자 이 브런치 북에 쓴 여행기는 꼭 인쇄물로 남길 예정입니다.


당시 같이 출장 갔던 현지 코디네이터와 포토그래퍼에게 여행 관련 추가 자료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요청을 해 두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진 검색을 통해 대략적으로 추정한 루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La Bastide de Marie, Menerbes

Lavenda Field, Bonnieux

Fountain, Saignon

Medieval road, Gordes

Mediteranian Sea, Marse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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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astide de Marie와 라벤더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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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de, Saignon, Marseilles

광고의 테마가 라벤더여서 선택한 프로방스 로케이션이었는데 6월 말 7월 초였던 라벤더 만개 시기를 맞춰서 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갔던 때는 이상하게 라벤더가 만개하지 않았더라고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멀리서 보면 보라색을 띠고 있지만 가까이 가보면 꽃봉오리가 너무 작아서 초록색이 더 많이 보이는 상태라서 생각하던 보라보라 한 느낌을 촬영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라벤더 씬은 귀국 후 제주도에서 추가촬영을 진행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지금처럼 사진을 컴퓨터로 합성해 낼 수가 없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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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기간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준결승, 결승 기간과 겹쳤는데 당시 프랑스가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을 이기고 결승에서 이태리에게 져서 준우승을 차지했죠. 그때 프랑스의 축구 열기는 어마어마했고 이렇게 국기를 내건 가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준결승전은 당시 촬영 스텝들도 호텔 로비에 다 같이 모여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프랑스 사람들과 같이 응원하면서 2002년의 기분을 살짝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승전은 돌아오는 날 치러졌는데 비행기 안에서 이태리 사람들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어찌나 소리를 질렀던지 프랑스 사람들과 싸움 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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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여행의 기억은 저에게 그다지 좋게 남아있지 않아요. 준비 과정부터 삐걱거린 일도 많았고 현지에 도착하자마자도 광고 모델이던 배우의 호텔방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었고 아끼던 블라우스도 잃어버리고 결국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아 재촬영까지 해야 했던, 괜히 내 일도 아닌 거 맡아서 좋은 소리 못 듣고 욕만 먹은 출장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래서 프로방스 여행은 꼭 다시 해보고 싶은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못하고 있네요. 다시 가게 되면 30분 거리인데도 가보지 못한 아비뇽의 유수로 유명한 아비뇽 교황청도 가보고 아를에서 반고흐의 숨결과 발자취도 따라가 보고, 엑상프로방스에서 세잔의 아뜰리에도 들려보고 싶습니다. 글을 쓰며 검색해 보니 2025년 올해가 세잔의 해라 많이들 가시는 거 같네요. 내년 여름휴가는 프로방스로 계획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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