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마카오
전편에서 나답지 않게 F형의 즉흥여행으로 마카오에 가게 된 사연과 도착해서 저녁식사까지의 문제없던 여행 과정에 대해 적었습니다. 그것만 보면 멋진 크리스마스 서프라이즈 같았던 이 여행이 악몽이 된 사연을 지금부터 풀어볼까 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화려한 파리지엥의 외관을 사진에 담은 후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친구가 돌아오길래 슬며시 일어나서 와인타임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술 때문인지 잠 때문인지 갑자기 말싸움이 급발진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습니다. 어찌어찌 겨우 진정하고 잠을 청하기로 했는데 도무지 잠도 오지 않을뿐더러 같이 2박 3일을 머무르고 싶지 않아 지더라고요. 제가 트리플 A형이라 한 번 삐지면 오래가고 고집도 엄청 세서 인간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에요. 특히 타협하거나 참으면 편할 때도 참지 못해서 나 자신을 혹사시키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결국은 새벽 2시에 일어나 한국으로의 귀국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항공편을 알아보니 다음날 오후 서울행 비행기에 좌석이 있어서 일단 공항에 가서 트랜싯 호텔이나 도미토리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조용히 일어나 슈트케이스를 들고 욕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다시 쌌습니다. 마침 욕실 맞은편에 거울이 있길래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서 거울샷을 찍었는데 지금 보니 그때의 제 비장한 마음과 불쾌한 분위기가 제대로 표현된 역작이네요:)
그런데, 의외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갑자기 가게 된 여행이라 환전을 하나도 안 하고 카드만 들고 갔는데 검색을 해보니 마카오 택시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된다는 거예요. ATM에서 현지 통화로 인출하려고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계속 오류가 나고 실패를 해서 공항까지 가려는 제 계획은 호기롭게 방에서 나온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산산이 무너졌습니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첫차가 다음날 아침 10시 반에 출발이라 그때까지 24시간 문을 여는 카지노에 들어가던지 아니면 박차고 나온 친구의 방으로 지질하게 돌아가서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죠.
다행히 방 키를 두고 나오지 않았고 카지노에서 플레이할 돈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모양이 많이 빠지지만 살금살금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아침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쥐 죽은 듯이 있다가 첫차 시간에 맞춰 키를 테이블에 조용히 올려놓고 셔틀을 타러 다시 나왔습니다. 이 소동 중에 친구가 전혀 기척이 없어서 제가 들락날락할 때 친구가 그걸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예요.
어제는 그렇게 화려하던 파리지엥 앞 에펠탑이 아침엔 왠지 스산하고 음산해 보이기까지 하는 걸 보니 역시 사람 마음이 알 수 없는 것이더라고요. 날씨까지 우중충해져서 제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 술 더 떠서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찾아간 항공사 카운터에서 제 티켓이 저렴한 프로모션 티켓이다 보니 아침 비행기로 변경하려면 추가 금액이 티켓값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악몽 같은 밤이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까지 온 이상 친구와 화해하고 다시 그 호텔로 돌아가는 것은 저의 옵션에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건 좋을 때 쓰는 말이지만...) 고픈 배부터 채우고 왜 하지도 않던 즉흥여행은 해가지고 이 사달이 나게 됐는지,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을 결정하기로 하고 한 식당을 골라 들어가 앉아서 에그스크램블, 토스트, 담백한 쌀국수와 밀크 커피로 구성된 마카오식 아침식사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배가 불러지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부정적인 생각이 사그라들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면서 이 악몽을 어떻게 길몽으로 바꿀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나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여행을 마카오 시내에서 해보기로 하고 공항 옆 호텔에 1박을 잡았습니다.
이 이후 제 여행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궁금하신가요?
그럼 3편을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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