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영국 런던
2009년 딸고 같이 했던 여행 이후 10년 만에 성인이 다 된 딸을 데리고 다시 런던에 오니 감회가 진짜 남달랐습니다. 9살 때는 호텔 프런트에서 영어로 말을 건 직원에게 답변을 한 걸 자랑스럽게 저에게 달려와서 이야기하던 꼬마였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저보다도 더 영어를 잘하게 되어 주문도 직접 하고 길도 척척 찾아가는 걸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더라고요.
어렸을 때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것은 경험을 많이 쌓아주기 위한 거지만 사실 10살 이전의 여행들은 아이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게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시 가면 전에 가 봤다고 건너뛸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빅벤, 런던아이, 타워브리지, 버킹검궁, 피카딜리 서커스, 트라팔가 광장, 차이니스 타운, 리젠트 스트리트 등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재방문해 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새로 갔던 곳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킹스크로스 역입니다. 파리에서 유로스타로 런던에 가면 세인트 판크라스 역으로 들어가는데 거기서 연결되는 또 하나의 역이 킹스크로스입니다. 해리포터 영화를 봤거나 책을 읽은 분들은 이 이름이 아주 익숙하실 거예요. 바로 호그와트로 가는 9와 3/4 플랫폼이 있는 역이 바로 킹스크로스 역입니다.
원래는 플랫폼 사이에 있어야 하지만 열차를 타는 홈에 사람들이 몰리도록 할 수가 없으니 외부 한쪽 벽에 9와 3/4 플랫폼을 재현해 놨어요. 그리고 그 옆에는 해리포터 기념품을 판매하는 부티크가 있죠. 저는 그때까지 해리포터를 한 편도 보지 않았고 소설도 읽지 않았는데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영화 속 소품이나 해리포터 책 등을 호그와트를 연상시키는 디스플레이와 매장 연출 안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래 사진 속 마법봉은 쓸모가 절대로 없는 걸 알면서도 사고 싶더라고요.
아직 안 가보신 분들은 다음 런던 여행 코스에 킹스크로스역과 9와 3/4 플랫폼, 그리고 해리포터 부티크를 꼭 넣어보시기 바랍니다.
또 영국에 가면 놓칠 수 없는 것이 웨스트앤드에서 뮤지컬을 보는 것이죠. 2009년에는 빌리엘리엇을 3층 꼭대기에서 보일 듯 말 듯 보았는데 그때 딸은 피곤함에 반쯤 자느라 다 보지도 못했었어요. 이번에는 허 마제스티 시어터에서 오픈런 중인 팬텀 오브 디 오페라를 보기로 하고 미리 예매를 해 갔었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그 몇 년 전 내한공연을 온 오리지널 팀의 공연을 보고 딸이 무섭다고 울었던 일이 있었고 한 20년 전쯤 제가 혼자 런던 왔을 때 보고 무대 연출이나 특수효과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유럽 영화에서 나오는 뮤지컬이나 오페라 극장을 보신 적이 있나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극장 내부와 좌석은 물론이고 티켓을 받는 박스 오피스와 인터미션에 샴페인이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미니바와 빨간 카펫까지... 영화에서 본 바로 그 극장 안에서 공연이 진행기 때문에 음악을 전공하는 딸에게는 훌륭한 배우들의 공연 자체뿐 아니라 아름답고 클래식한 공연장까지도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죠. 다음번 여러분의 런던 여행 스케줄에도 뮤지컬 공연 관람은 꼭 포함되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런던 여행에서 전형적인 런던의 주택에서 머물러 보고, 영국의 학교들을 둘러보고, 맛집들도 탐방하면서 여행하다 보니 이 도시가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런던, 도쿄, 파리, 보스턴 같은 오래된 도시들은 머물면서 그 참 멋을 느껴봐야 한다는 생각을 갈수록 많이 한답니다. 서울도 방문한 사람들이 살아보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멋진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다음번엔 네덜란드의 음악학교 투어와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여행기가 기다리고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