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실
11시간 30분. 오늘 스크린 타임이 끝장난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추가되고 있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릴 때, 다이소에서 물건 살 때 말고는 가히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일어나서 알람을 끄고,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확인하고, 메모장에 적어둔 할 일을 찾는다. 유튜브에서 소리를 켜 명상하고 곧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이또한 영상 속 사람과 함께다. 끊이없이 무언가를 찾고 발견하고 쓰고 치고 본다. 사람보다 많이 보는 것 같다. 아마 사실일듯. 내 얼굴보다도 많이 보고. 얼굴도 휴대폰 속 비친 내 모습으로 보니까!
현재 나의 모든 시간, 공간, 물질, 관계를 책임지는 한편, 모순적이게도 가장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상 1위에 속한다. 바보같은 나. 놓고 싶지만 놓지 못하는 나다.
더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나는 알고 있다. 더럽다는걸. 내 주변에 있는 것들 중 제일로 더럽다는 걸 나는 안다. 귀 동냥으로 들었던 한 실험에서는 변기보다 더럽다는 걸 입증시켰다고 했다. ‘진짜 그럴 수 있겠다’ 너무나도 크게 공감하면서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내껀 안그러겠지’ 는 없다. 온갖 장소에 다 들고 다니고 씻지도 않는데 어떻게 깨끗할 수가 있겠는가. 쓰레기는 손가락 표면에 조금이라도 닿고 싶지 않아서 엄지와 검지로 거의 서커스를 펼치는 내가 옴팡지게 쥐고 들고 주머니에 넣고 자기 전에도 보고 일어나서도 보고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한다. 가끔씩 소독 티슈로 닦는다. 제발 손톱만큼이라도 깨끗해지길 바라면서. 정말로 손톱만큼 아니 손톱보다 더 작게 깨끗해질걸 알면서. 아는 동생은 매일 샤워를 시킨다고 했다. 너무 불결해서 안씻고 배길 수가 없다고. 충전 구멍만 막고 비누로 씻고 소독액을 뿌려서 닦는다고 했다. 실증주의를 비판하고자 하지만 누가 그렇게 하면 진짜로 깨끗해지는지 연구해 줬으면 좋겠다. 결과가 나와도 실험집단의 휴대폰과 내 휴대폰은 상황이 다르니까 어차피 더러운거 그냥 더러워도 같이 가자 하겠지만. 면역력 높아지는거지 뭐. 추욱 늘어진채 이미 가망 없이 포기해 버린 것 같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쓰면 쓸수록 전자파에서 기계를 깨끗하게 만드는 기체가 뿜어져 나오는 휴대폰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 능력 밖의 일이라 지금은 무균과 거리가 멀지만도! 이러나 저러나, 미우나 고우나 내 옆에 있다. 놓을 수 없게 떡하니 버티고 있다.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