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자기만족

by 지니샘

시작되었다. 주기적인 것만 같은 생떼, 고집. 시기가 될 때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눈 앞에 있는 자극에 이끌려 질질 끌려가길 원한다. 그러다 하고 싶은게 생각나면 다른 해야 할 것들을 제쳐두고 먼저 해버리고! 하는 동안 의욕이 다시 살아나기는 하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라는건 알면서도 그런다. 보상심리는 이쯤이면 되었다고, 너 이야기 들어줄만큼 들어주었다고 스스로를 훈육하지만 그 또한 하고 싶은거 다 하고, 해야 할 일 앞에서 마감에 허덕여 겨우 책상에 앉을 때다. 재미난 일들이 펼쳐지는 인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정신을 못차렸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왜 그럴까.


다른 사람 앞에서 울 수도 있어야 한다. 큰 당위성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입으로는 부끄러워하는게 아니라 말하지만 눈, 마음은 그렇지 않음을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울 수는 있는데 나도 내 슬픔을 짐작하지 못한채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이 표현하는 슬픔을 내비치기가 어렵다. 순간, 내가 무너져 내리는 걸 모두가 볼까 두렵다. ‘뭐 어때’ 작게나마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지만 빙그레 웃음 아래에서 팔로 엑스 표시를 만든다.


차마 풀어내지 못한 마음이 응어리져 나를 잠식시킨다. 내가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그저 팔을 벌린채 흘러가는데 몸을 맡긴다. 의식 속에 맴돌며 다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그 날을 바란다. 안전하게 풀어버릴 그 날을.


손에 입을 막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설마하는 소리로 아무렇지 않을거라 주문을 외우듯 나갔다가 발견한 모습은 충격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바로 달려가지 못하고 아빠만 목놓아 부르는 내가 무기력했다. ‘아니야, 아닐거야’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제발 죽음만은 아니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마지막 인삿말처럼 흘러내린 피에 다시금 절망했다. 아아. 그럴 수 없다. 오늘도 밝게 웃으며 맞이하던 아이였다. 곧 산책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이 발 저 끝에서부터 슬픔이 밀려왔다. 아아. 우리가 함께하던 시간이 끝났다. 너는 없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울지 않았다. 못했다가 아니라 하지 않고 꼭 꼭 뭉쳐진 너를 내 안에 만들고 보내주지 못한 하루들을 맞았다. 이야기 하지 않으며 인정하지 않았다. 흔적을 보지 않고 만지지 않으며 회피하고 싶기도 했다. 다가가 너를 쓰다듬으며 “가실아 잘가라”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자기 감정을 풀어내는 어른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른이 인사를 하고 울고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리워하는 걸 보기만 했다. 듣기만 했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건강하게 보내주고 싶다, 생각만 했다. 아직도 울지 못했다. 단단한 척 담담하게 너의 이야기를 전하며 너를 아는 이들이 너를 떠올려 주기만을 바랬다.


이 글을 쓰면서도 울지 못했다. 눈이 아릴 듯 힘이 올라왔지만 터져나오지 못했다.


곧 나는 너를 보내줄 생각이다. 똘똘 뭉쳐진 나에게서의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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