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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각 이모저모

11/6~11/7

by 지니샘

_빠뜨리기 달인

어딘가에 빠뜨리는 걸 좋아한다. 다름 아닌 나 자신을. 일단 빠뜨려 본다. 그냥 해보라고. 할까 말까 하는 일이 있으면 일단 해보라 빠뜨리고, 갈까 말까 하는 곳이 있으면 일단 가보라 빠뜨린다. 빠뜨리는 이유는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을테니 겪어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귀멸의 칼날에 빠졌다. 평생 안볼거라고 볼 일 없다고 자만하다가 얼떨결에 빠져버렸다. 자신없던 일에서도 신청 버튼을 눌려 내 몸을 빠뜨려 버렸다. 계약을 진행하며 ‘이거 맞지?‘ 다시 한 번 물었지만 이미 빠진 뒤였다. 후회보다는 나에게 확인을 받는 듯 했다. 내 인생의 모토가 즐기는 거라면 폴짝 빠져서 이왕이면 재미있게 하고 싶다. 주변이 어떤지, 뭐 다른 생각 더 하지 않고 해버리고 즐겨버리고 싶다. 빠뜨리고, 빠지는 내 심정이 그렇다.


단 한 가지, 빠뜨리는 것도, 실수로 넘어지는 것도 없는 구역이 있는데 바로 연애다. 아무리 나를 밀어넣으려고 해도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에 힘을 힘껏 준다. 얼마나 힘이 강한지 7년 동안 빠지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잘만 즐기는 연애를 나만 발 움직이기까지가 무서워 내려가질 못한다. 빠뜨리기 달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잘 한 번 빠져보고 싶다. 자알! 잘!


_세상에 쉬운 건 없다

구독을 잘 하지 않는다. 가끔씩 찾아가는 유튜버가 있지만 그때 그때 재생한다. 알고리즘에 통제 당하고 싶지 않은 작은 저항이랄까? 그래봤자 알고리즘은 살아있다.


작년에 교육청 홍보위원으로 영상콘텐츠를 제작했다. 공고만 봤을때는 엄청 재미나 보이고 당장이라도 100만뷰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조건은 조회수가 잘 나오게 약간의 병맛을 더한 영상이었다. 역할을 맡은 만큼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알았지만 주제 안에서 재밌는 컨텐츠를 생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건 상상초월로 힘들었다. 누군가 무조건 따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나 싶었고 웃긴 컨텐츠를 내가 직접 만들어내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보기에는 쉬워 보였다. 그냥 먹는 걸 찍으면 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브이로그처럼 남기면 된다 라고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걸리지 않는 게 없었다. 유튜버의 고민과 어려움을 공감 하는 순간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되고 싶은 장래희망이 유투버라던데. 세상엔 쉬운게 없다. 쉽다고 생각하는 건 경기도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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