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 사이로 나가봐, 언제든, 어떻게든!

프롤로그

by 지니샘

잡아끄는 버릇은 새해가 되어도 연말이었어도 없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내일 잡힌 시험에 자신감 보다는 두려움을 앞세웠다. 또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나 자신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겁이 나고 기력이 없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데워진 공기에 부른 배를 통통 치면서 활짝 열린 문 앞에서 바람만 맞는다. “춥다“, ”잠온다” 이런 소리만 하면서. 12월부터 계속된 끝없는 굴레에 갇힌 것 같기도 하다. 끝낼줄을 모르고.


뒤에서 응원하는 내 목소리를 듣는다. 안다. 내가 떼는 발걸음 속에 얼마나 큰 내가 담길지. 근데 그 발을 들기가 힘들다며 징징 거린다. 거리고 싶다. 거리고 있다. 모든게 마음에 안들어 죽겠다고 괘씸해 하면서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만의 필터로 그림자를 찾는다. 본다. 목소리는 여전하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일단 무언갈 해야 한다. 해야지 시작될 것이다. 목소리의 정체를 알게 되고, 진득하게 묻은 발도 떼어내 볼 것이다.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틈 사이로만 흐읍 숨을 들이마시고 홀쭉한 배를 만들어 지나가니는 행동을 바꿀 것이다. 문고리를 잡고 여는 방법을 알고 있는 나를 찾을 것이다. 내일 당장 시험을 친다. 두려움 속에서 또 내가 어떤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그려지지만 그래도 해 볼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할거다. 머리는 몰라도 손이 아는 감각을 일어볼 것이다.


보통의 나는 새해에 “뭐도 하고 뭐도 하고” 말이 많다. 늦잠자는 새해도 있어야지 라며 혼자 벌러덩 다시 누워버리는 새해가 궁금하다. 침대에서 시작된 새해가 어떤 힘을 줄지 기대가 된다. 몰랐던 걸 발견해 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설렌다. 꾸짖지 않고 이 또한 나로서 보기로 했다. 맞이하기로 했다. 어쨌든 모든 순간 내 정신이 차려져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어쨌든이라는 세글자도 언젠가는 빠질 수 있는 나 일 수 있다며 오늘은 이쯤 해보기로 했다.


새해 복 받자. 나도 여러분도.


작가의 이전글꼬옥 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