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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요청했던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고 2시간이 지난 뒤 였다. 배가 부른데 엎드리고 누워 흑백요리사만 시청했다. 멍한 내 모습을 거울로 보듯 상상했지만 그러고 싶었다. 한참을 보다 1시간 전에 울린 건조기에 다가가며 식후 바로 먹었던 딸기 그릇을 씻었다. 젖은 손을 닦으며 건조 빨랫감을 거실 바닥에 내려놓았다. 개면서 또 멍하게, 아까 보다는 덜 멍하지만 자꾸만 바뀌는 티비 화면을 보았다. 생각이 없어지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빨래가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분류하며 의욕이 생겼다. 이 자리를 벗어날 힘이다. 스멀스멀 건조기에 갈 때부터 올라오더니 배까지 차올랐다. 장소에 맞게 옷가지를 넣고 다시 한 번 잡혔다. 따뜻한 거실 바닥을 떠나기 싫어 냅다 유튜브로 화면을 전환시키고 운동 영상을 켜버렸다. 홈트! 얼마나 좋은가! 10분 동안 슬로우 버피 챌린지를 하며 자세가 안좋다고 느꼈다. 그래도 그냥 했다. 땀이 날 때쯤 운동이 끝났다. 한게 아까워서 바로 양말을 챙겨 신고 헬스장에 갔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하지, 스스로를 위한 작전을 짰다. 오늘은 노래방과 헬스장을 합치자. 시도하는 노래 말고 내가 따라부를 수 있는 아는 노래를 찾아 하나씩 들었다. 하나에 3분은 넘으니 10곡만 들어도 30분 넘게 뛸 수 있다. 기분이 좋았다. 시간을 가려두고 휴대폰 가사를 보며 혼자만의 운동 세계에 빠져들었다. 흘러나오는 맥락에 빠져 한참을 몸만 움직이다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도 와야지, 저녁에도! 흐름 깨진다고 안해버리지 말고 일단 해야지, 다짐이 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잉 러닝머신을 타고 가버리기도 했지만.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기 보다 근처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결합해서 천천히 다가가기로 했다. 뛸 수록 마음이 가벼워졌다. 게으름이라는 늪 속에 빠져버린건지 아니면 이제까지 살다가 지친건지 사실 지칠게 없긴 했지만, 다음에 쓸 에너지를 충전 중인건지 상태를 점검했다. 답은 내리지 못했지만 오늘의 다짐을 내일도 하기로 했다. 그거면 된다. 운동을 했다. 붉은 토마토가 되어 집에 가면서 내 마음 속 하늘이 조금은 붉은끼가 보이려 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