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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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샘

길을 가다가 눈물을 흘렸다. 최강록씨의 우승을 보고 나서다. 1등 한 사람을 보고 울었던 이유는 잔디 위에서 휴대폰을 보고 걷던 나에게까지 화면 너머로 시공간을 넘어 그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흑백요리사2 결승전의 주제는 자신을 위한 요리였다. 요리사 최강록씨는 깨두부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이 깨두부는 요리를 시작하는 초보 요리사들이 주로 맡아서 만드는 요리고, 끊임없이 젓고 신경써야지 완성할 수 있으며 조금이라도 내가 신경을 잘못 쓰면 바로 변해버리는 요리라서 자신이 게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 요리를 선택했다고 했다. 아래의 인터뷰 내용처럼 말이다.


"깨두부가 저한테 준 의미는 게을러지지 말자는 것입니다. 나이 들면 잘 안 하게 되거든요. 왜냐면 팔이 아프니까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체력도, 창의력도 약해진 것 같고 머리도 빨리 안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런 자신한테 조금만 더 힘내라는 의미로 깨두부를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녹여낸 요리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감응 받은 흔적들도 보였다. 댓글을 보다가 더욱 울컥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화면 너머 이동을 멈춘 내 삶까지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InalnalnaRR

다른 사람을 위해선 몇시간이든 조리지만, 나를 위해선 남은 재료를 넣은 듯한 자영업자의 마감 요리.

그리고 고된 하루를 위한 빨간색 소주 한잔.


@lalalee8739

최강록의 마지막 음식 ...

재료이야기 할때 눈물 왈칵

내가 좋아하는것(버섯 등), 내가 일하면서 고민했던 재료(구 운닭 다리뼈), 내가 일하면서 창작한것(호박잎성게알), 내가 제일 잘쓸 수있는거(가쯔오부시), 일하고 지쳤을때 피로를 끝 내기 위해 마셨던 소주로 만든 본인을 위한 마지막 완성작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음식에 박힌 그의 삶이 진하게 우려와 나에게까지 퍼져왔다. 누군가의 해석일 수도 있지만 왜인지 나를 위한 음식이라는 주제에 자신만의 일상과 삶과 철학을 담아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귀를 쫑긋 하고 툭 치면 흘러내릴 눈물을 머금은 눈을 가진 나에게 ‘나를 위한 교육’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시간

_짧게 남기는 전이시간이다. 장소를 이동하기 위해 준비하거나 급식과 같은 일과를 기다리는 시간. 나는 그 시간을 아이들이 깔깔 웃거나 꺄아아 하고 소리 지르며 보내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할까?” 물어보며 그때마다의 우리가 하고 싶고 가장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놀이를 하려고 한다. 규칙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 기본생활습관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우리 반이 다 함께 즐기는 틈 시간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거창한 행사보다 소소하게 깔깔 웃었던 기억이 언젠가 떠올릴 추억에 더 큰 부분을 차지했던 내 경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게 해 주고픈 마음 덕분이다.


_집에서 사진첩을 돌아보며 아이들의 놀이를 다시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얼굴은 최대한 가리되 놀이는 남겨서 스토리에 올리곤 했는데 거의 내 취미 생활이었다. 내 방 침대에 앉아 아이들 하나하나의 변화 과정을, 또는 인상 깊은 순간들을 돌아보며 우리 반 교실을 내 방으로 데리고 오는 거다. 잔잔한 방에 아이들의 소리침, 웃음소리가 나에게는 가득 메워져 오늘의 나를 정리하고 내일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내가 아이들과 있으면서 고민했던 것

_어떻게 하면 아이들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을지, 나의 평가나 판단을 섞지 않고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결론은 여유를 가지고 그냥 놀자였다. 그냥이라는 말이 무책임한 교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 몰라’와 같은 뉘앙스의 그냥보다는, 무겁지 않게 가볍게 아이들의 행위를, 말을, 바라보고 듣고 느끼자였다. 그를 위해 나의 모든 삶에 있어서 평가나 판단하지 않기를 평생 미션으로 두기도 했다. 잘 지켜지는지는 비밀. 아직도 계속해서 나의 모습을 성찰하고 다시 부딪히면서 변화시키고 또 돌아보면서 반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어떠한 수식어가 붙는 아이가 아니라 그저 떠올리며 기억할 수 있는 아이 자체를 보고 남기고 싶다.


내가 창작한 것

_졸업한 아이들과 만났다. 졸업했던 유아들과 다음 연도에 8살이 되어서. 7살 열매 1반에서 우리는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너무 보고 싶을 거라며. 졸업식날 학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전달하고 허락을 구하고 유아들을 다시 만나 우리 반에서 했던 놀이들을 하면서 놀고 보물 찾기도 하면서 우리들만의 추억과 시간을 만들었다. 정말 정말 살면서 잊을 수가 없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_하루종일 아이들 생각을 하는 거! 아침에 만난 아이들과의 놀이를 유치원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서도 잠이 들 때까지 생각하고 내일은 또 어떻게 놀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떠난 교실에서 마무리 정리를 하며 ‘오늘 바깥에 나가서 실컷 뛰어논 거 재밌었지, 아 그때 크게 소리 내지 말았어야지, 내일은 이서랑 좀 더 시간을 보내야지, 수경이 이야기를 더 잘 귀담아 들어줄걸’ 교실 문을 닫아도 끊이지 않는 혼잣말이 나를 따른다.


아이들이 잔뜩 담긴 나의 교육에 나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지금은 아이들이 전부인 교육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삶을 담아낸다는 것이 탐나면서 참으로 무겁다. 그래서 더 잘, 이런 게 있다면 더 잘 살고 싶어진다. 일단 해보고 해 가면서 더 잘 살아내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어진다. 모니터를 뚫고 그의 요리에 나의 이야기 한 스푼이 실렸다. 뱅글뱅글 젓기보다 놓아두고 오늘을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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