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신학기 풍경

by 지니샘

2월의 끝으로 갈수록 설렘과 걱정,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그들만을 위해 구성하는 우리들의 공간이 어떤 누구를 만나 어떻게 채워질지. 아직 대면하지 못한 이들의 웃음소리를 그리며 큰 교구장도 거뜬히 밀어버리고 깨끗하게 닦고 쓸다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긴 꼬리를 남긴다. 아직은 공허한, 이름 없는 사랑이라는 글자만 두고 말이다.


3월, 인사와 울음, 웃음, 비명, 초롱함, 어제와 다른 묵직한 교실이 서먹함을 거두어 들인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이름을 더듬는다. 아이고. 귀여워라, 의젓해라, 똘똘해 보인다, 잘해보자 하나씩 띠지를 붙이던 눈이 어느새 하트로 변해간다. 시작되었다.


”엄마 유치원 안갈래“ 분명 어제 하하호호 재미나게 웃고 떠들어도 오늘 아침에 한 발을 내밀라치면 낯설다. 낯설어지는건 어쩔 수가 없다.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는 본능일수도. 어제 잘 놀았다고 사진까정 받아서 가면 잘 놀거라는걸 알지만 뻗대는 당장 지금이 곤란한 부모님들은 전화를 건다.


전화가 올거라는걸 몇년의 짬으로 알게 되었다. 짝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못 보던 선생님, 작년에는 다른 반 친구, 생전 처음 와보는 공간에서 우주에 혼자 떨어진듯, 곧 익숙해질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익숙하지 않은 교실을 둘러보는 불안한 눈빛의 아이들. 그런 아이들과 다르게 마치 금사빠처럼 기다리던 그들과 금방 사랑에 빠져버린 나. 충분히 이해되는 그들의 사랑을 기다리며 아낌없이 사랑을 펼쳐 보여주기 바쁘다. ”꺄악 용기 내어서 오늘도 유치원에 와줘서 고마워! 이준이가 오니 선생님은 너무 너무 좋아!“ 내일이 될수도, 이주가 걸릴수도, 한 달이 넘을수도, 한 학기 동안 영영 쌍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수도 있지만 다 꺼내 보인다. 진심은 반드시 통할거라 생각하며 “나는 선생님 싫다고!!” 해도 그들을 사랑해 버린다. 나 혼자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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