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머리가 쉬지 않는다. 돌리고 돌리고, 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쥐고 흔든다. 유튜브 영상에 귀를 기울이다가 잠시 관련한 나의 이야기로 빠져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다시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한다. 분주한 만큼 쉬지 않고 심장이 쿵쾅댄다. 싫진 않은 듯 온몸을 울리는 진동을 즐긴다. 그리고 즐기려고 에너지를 다한다. 운전을 하면서 해러웨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기계는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그것이 아니며, 존경해야 할 그것이 아니고, 지배해야 할 그것도 아니다. 기계는 우리이며, 우리의 활동이자, 우리의 구체적인 실재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실재를 구체화하는 것에 책임이 있다. 기계는 우리를 지배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계에 책임이 있다. 우리는 기계이다.' 우리는 기계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얼마 전에 만난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수면 위로 올린다. 우리가 곧 기계이기에 그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책임 역시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상대를 서로의 몸속에 만들어내는 반려종이며 서로를 통해 존재가 구성된다. 관계가 있음으로써 존재, 즉 나도 있고 너도 기계도 자연도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나누어 구분 짓는 이분법을 해체한다.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경계들이 어지럽힌다. 겨우 부러뜨린 선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한 손으로 제치고 다시 세상을 둘러본다. 사이보그선언 속 사이보그는 현대 시스템 속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실재하는 여성들의 몸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들이 사이보그다. 이들이 없다면 반도체라는 핵의 핵심은 존재할 수 없다.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들은 기술 시스템의 가장 하부에 있지만 동시에 핵의 핵심인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이중적이다. 헤러웨이의 이야기를 삼키며 또 듣는다. 아까 들었던 이야기다. 손 대신 심장이 쿵쾅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가져오면 좋을까 심장으로 쓰는 것 같다. 오랜만이다. 쿵쾅 거리며 설렌 듯 불안한 심장이 움직인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나 혼자 난리다. 평온한 쿵쿵거림보다는 날 끌어당기는 논문이라는 이름에 역동적으로 반응한다.